본문 바로가기
Journey III (April 2015~)/Camping in France 프랑스 캠핑

(2020.09) 후토피아 소뮈르 (Saumur)

by jieuness 2021. 3. 17.
반응형

올해는 9월, 10월 두번의 가을 캠핑이 모두 성공적이었다.

날씨, 위치 모두 좋았고, 무엇보다 아주 오랜만에 텐트를 가져가지 않은

편안한 글램핑이었기 때문.

 

엘리1의 새 학기가 시작한 9월 첫째주,

과감하게(?) 하루 반 결석을 하고 캠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번 Pornic에 갈 때 먼 거리 때문에 다들 고생했던 터라,

J는 차로 세시간이 최대 거리라고 일찌감치 못을 박았다.

후토피아 사이트에 들어가 파리에서 가까운 캠핑장 중 안 가본 곳을 찾으니 

답은 루아르(Loire)지역 뿐.

프랑스 중부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루아르 강은

샤토(chateau)라고 불리는 고성과 와인으로 유명하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작고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아

여러번 여행한 적 있지만 워낙 넓은 지역이라 아직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이번 캠핑장은 와인병에서 많이 본 소뮈르(Saumur)로 골랐는데,

이유는 단 하나. 루아르강이 내려다 보이는 리버뷰의 텐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텐트를 찾아가 보니 뷰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에 채 담기지 못한 길고 시원하게 뻗은 루아르강.

코로나로 답답했던 마음이 싹 가시는 풍경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텐트.

(아마도 캠핑장 외진 곳에 있는 위치 때문에)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5인용 텐트이다.

침대, 테이블, 가스레인지, 냉장고, 식기도구 등등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용품이 다 구비되어 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침대, 이불, 베개커버는 집에서 가져갔지만,

일회용 커버와 두꺼운 모포 이불도 준비되어 있다.

텐트에 도착하자 마자 이층 침대 찜하고 짐부터 정리하는 엘리1.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여유가 있어

천천히 짐정리를 하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봤다.  

첫날 저녁 식사는 모두가 좋아하는 모듬 소시지 구이와 라따뚜이.

아침은 하루 전에 캠핑장에 미리 예약한 빵에, 과일, 우유, 주스.

프랑스에 몇 년 사니 이제는 익숙한 아침식사이다.

 

운이 좋게도 9월의 인디언 썸머와 겹쳐

해가 쨍하니 날이 좋았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놀이터와,

아이들 놀기 딱 좋은 깊이의 물이 꽤나 따뜻했던 수영장.

성수기가 지난 캠핑장애는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여유롭게 즐기기 좋았다.

 

둘째날 점심에는 전날 남은 소세지와 야채를 볶고,

치즈가 한정 없이 늘어나는 알리고(aligot)를 먹었다.

알리고는 소세지, 고기 요리와 찰떡 궁합이다.

둘째날 저녁에는 텐트 앞 뷰가 가장 좋은 곳에 테이블을 펴고

신선한 야채 한 소쿠리에 브로쉐트(꼬치)를 잔뜩 구워 먹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고기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지고,

모두가 즐거웠던 힐링의 시간.

 

셋째날 아침, 일어나 텐트 불을 켜는 순간 깜짝 놀랐다.

테이블에 고양이 발자국이 잔뜩 찍혀있다.

도착한 날부터 텐트 근처를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를 보긴 했는데,

언제 우리 텐트 안까지 들어와 활보를 하다 간건지.

특히 여행 중에는 더 잠귀가 밝은 편인데 하나도 듣지 못했다는게 신기했다.

이후에 텐트 문지퍼를 빈틈없이 끝까지 꽉 채우고 지냈다.

텐트 브레이커.

 

매일이 피크닉이라며 엘리1은 신났다.

 

셋째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소뮈르 시내에 가보기로 했다.

날씨가 꾸물꾸물했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엘리1에게는 이 모든게 엘사가 사는 성으로 보인다.

주말 아침이니 당연히 시장이 열렸다.

제철인 여러 종류 버섯을 파는 분이 있었는데,

어찌나 싸고 좋던지.

파리에서는 못 느껴보는 만족감이다.

사진에는 못 담았지만 햇마늘도 한 묶음 사고,

점심에 먹을, J의 최애 음식인 로티 치킨을 한 마리 사서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J가 프랑스를 떠나게 되면 그리울 몇 가지 중 하나라는 로티 치킨. 

오늘도 밝고 예쁜 엘리1.

지금 보니 정말 동그랗고 작았던 엘리2.

 

점심 후에는 캠핑장에서 차로 10분 채 안 걸려

Bouvet-Ladubay라는 와인 샤토를 찾았다.

Brut de Loire라고 불리는 루아르 고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곳인데

하루 전날 미리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샤토 안은 박물관이 따로 없다.

옛날에 쓰던 마차, 가구들, 사무실도 관람용으로 보존되어 있다.

이 곳의 와인은 19세기에 시작되어 세계 대전에 이은 경제 공황 때

주인이 바뀌고 그로부터 다시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데,

창업자 부부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지하 까브로 내려가는 길 엘리1이 조금 겁을 먹었지만

구경 안하기엔 아쉬운 곳이다. 

시대가 바뀌며 이곳도 기계를 도입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전통 방식으로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킨다고.

지금도 사용중인 19세기 방식 그대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기구이다.

수동으로 움직이는 기구 안에서 와이병이 조금씩 회전을 하며

포도 찌꺼기가 병 입구쪽으로 모이게 되고

마지막에 찌꺼기를 제거하고 코르크를 끼워 완성되는 방식이란다. 

예전 와인 레이블도 재미있게 구경했다.

옛날에는 큰 가문에서 매년 미리 대량으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와인들은 레이블도 따로 제작해 붙였다고 한다.  

와인 샤토 투어의 마지막은 언제나 와인 테이스팅.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았으니 이제 맛 볼 차례.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고,

너무 달지 않으면서 기분 좋아지는 청량함이 가득한 와인들이었다.

우리가 와인을 맛 보는 동안 엘리 1은 스파클링 사과주스를 시음했다.

10월, 11월에 찾아오는 엘리 1, 2의 생일에 열자며 이 스파클링 사과주스도 두 병 구매했다.

엄마, 아빠가 와인 테이스팅 하는 동안 군소리 하나 없이 기다려준 투엘리.

투어가 끝나고 샤토 뒷마당에 앉아서 쉬는 시간도 참 좋았다.

철거 직전까지 갔던 옛 와인 샤토와 주변건물들을 샤토 주인이 다 구입해서

지금은 공용 극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캠핑장에서의 마지막 저녁.

보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앞에 두고

마지막 고기 파티를 벌였다.

마지막 날이 가는 게 아쉬워 캠핑장 주변을 산책해 보자 했는데

캠핑장 한쪽으로 비밀스럽게 난 길을 따라 가니 주변 동네와 강까지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파리로 돌아가는 일요일.

캠핑장을 떠나 마지막으로 점심을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폼 타페 (Pommes Tapées), '탁 쳐서 눌린 사과'라는 곳인데,

20세기 초에 이 동굴 속에서 사과를 건조해 생산했다고 한다.

한 때 지역의 큰 산업이었지만 1차 세계 대전 때 완전히 사라졌고

지금은 이 동굴을 사서 박물관으로 복원한 가족에 의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의 주인이 지역 생산물로 직접 만든 음식을

특별하게 동굴 속 식당에서 먹어볼 수 있다기에 예약을 했었다.

꽤나 넓은 식당이 금새 사람들로 꽉 찼다. 

전식은 세가지 토핑으로 채운 버섯구이.

어린이 메뉴를 시킨 엘리1은 파뜨가 나왔다.

본식은 라 굴린 (La gouline)이라는 소뮈르 옆 앙주(Anjou)지방의 음식이었는데,

양송이 버섯, 햄, 크림 소스가 들어간 파이이다.

평범해 보였지만, 정말 프랑스 할머니가 해주신 것 같은 맛.

 

사진 왼쪽에 있는 것이 그 유명한 폼타페이다. 

통으로 건조된 사과를 와인에 절여 낸 디저트였는데,

폼타페 자체는 엄청 놀랄만한 맛은 아니였지만

여기에서만 먹어볼 수 있다고 하니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한 시간 넘게 식사를 했더니

바깥 햇빛이 유난히 반가웠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