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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2506. 아테네 Athens

아테네 도착! Varvakios 시장에서 현지인 같은 아침을 (Mokka 커피, Krinos 찹쌀도넛)

by jieuness 202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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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남편이 짧고 굵은 아테네 여행을 계획했다.

아테네는 벌써 매일 기온이 35도에 육박한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스 신으로 변신한 스파이더맨

비행기에 타기 전까지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던 아이들.

아테네라고 하니 둘 다 신이 났다.

첫째는 한참 동안 그리스 신화 책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고, 둘째는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올림포스 12 신에 대해 배웠었다.

아테네 여신이 정말 아테네를 만든 것인지, 아테네에 가면 제우스가 살던 집이 있는지, 포세이돈은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에게 신화는 현실이고 현실은 신화이다.  

아테네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로

아테네에 도착하니 역시나 열기의 정도가 다르다.

벌써 저녁 시간이라 해가 지기 시작하는 데도 온도는 30도에 이른다.

호텔에서 저멀리 보이는 아크로폴리스

숙소는 노보텔이었는데, 방에 짐을 풀자마자 남편이 우리를 다 데리고 옥상 수영장으로 향한다.

알고보니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 이 수영장뷰가 궁금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너무 작게 보인다며 조금 실망한 눈치이지만 뭐 어떤가, 내일 직접 가볼 텐데.

 

다음날 아침, 본격적으로 아테네 구경 시작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더위를 피해 호텔을 나서 Varvakios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연히 만난 파이 맛집

시장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는데, 우연히 느낌이 딱 오는 가게를 만났다.

간판은 이해할 수 없지만 1965년부터 있었던 곳이라는 것 같고, 작은 진열대에 파이만 파는 단출한 가게이다.

게다가 파이 한 조각에 단 1유로라니.

그리스식의 겉이 바삭한 파이 안에 하나는 치즈가, 하나는 시금치가 들어 있었다.

한 조각씩 사자마자 가게 앞에 그대로 서서 먹어보는데,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을 수가!

치즈 파이, 시금치 파이

(우리가 아테네에 있는 동안 이 가게 앞을 몇 번이나 지나갔는데, 운이 좋았던 첫날 아침을 제외하곤 매번 문이 닫혀 있었다.

구글에는 일요일 빼고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연다고 되어 있었는데, 아마 주인장 마음인가 보다.)

 

Varvakos 시장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Varvakios 시장은 활기로 가득 차다.

시장은 품목별로 구역이 분류되어 있는데, 실내에는 육류와 해산물 구역이 있고, 대로변으로는 각종 향신료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그리고 큰길을 건너 반대편에는 야외에서 야채와 과일을 판매한다. 

Varvakios 시장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들을 여행하며 꼭 빠지지 않고 시장을 찾았는데, 이런 진짜 시장은 냄새부터 다르다.

어렸을 때 엄마와 가락시장에서 장을 볼 때 맡았던 그 냄새.

2025년 아테네 한복판에서 20세기말 서울에서 맡았던 냄새를 맡는다.

가판에서 흙 묻은 야채를 팔던 할머니들, 긴 장화를 신고 물이 흥건한 바닥을 첨벙첨벙 밟으며 돌아다니는 생선가게 아줌마, 고리에 걸린 소를 커튼 젖히듯 옆으로 밀고 나타나는 정육점 아저씨...

아테네에서 그리운 옛사람들을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든다.

 

파이 두 조각을 넷이서 나눠 먹은 게 전부라 출출하던 참에 남편이 유명한 커피숍이 있으니 가보자고 한다.

Mokka 카페

Mokka라는 곳인데, 1923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가족이 운영하고 있고, 원두를 직접 선별하고 로스팅한다.

이곳에서 특히나 유명한 건 바로 이 "모래 커피"이다. 

모래 커피

'브리키'라고 하는 작은 구리 냄비에 커피와 물을 담고 뜨거운 모래에 박아둔다.

고열, 고압으로 커피를 내리는 요즘 방식과 달리, 천천히 균일한 열로 커피를 추출하면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그릭 요거트와 모래 커피

남편은 모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이들은 그리스에 왔으니 그릭 요거트를 시켰다.

그리스에서 먹은 첫 진짜 그릭 요거트는 기대보다 더 꾸덕하고 고소한 맛.

과일과 꿀까지 올려서 나오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배가 찼으니 본격적으로 시장을 둘러본다.

시장에서 가장 활기찬 곳은 역시나 수산시장이다.

Varvakios 수산시장

오전에 이미 30도가 가까워진 밖과 달리, 시장 안은 시원하다.

지중해의 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신선하고 다양한 생선들이 깔려 있고, 가격도 엄청 저렴하다.

부엌이 있는 숙소였다면 당장 뭐든 사다가 요리하고 싶어진다.

그리스에 가기 전 그리스신화를 너무 많이 읽어서일까.

계속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생선을 건져 올리는 장면을 제멋대로 상상하니 재미있다.

 

시장을 나와 길 건너에서 오래된 치즈 가게를 발견했다.

치즈 가게

쿰쿰한 치즈냄새가 코를 찌르는 이곳.

그리스에서 페타치즈를 안 사볼 수 없다.

페타 치즈
매운 페타치즈

친절한 직원은 뒤에 기다리는 손님은 개의치 않고 서툰 영어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애쓴다.

페타치즈도 종류가 여럿 있었는데, 그중 가장 어리고 순한 페타치즈와, 강렬하고 매운 오래된 페타치즈를 조금씩 부탁했다. 

여보세요?

 

이쯤에서 오전 시장 투어를 마칠까 했는데, Varvakios 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크리노스'라는 유명한 그리스 찹쌀도넛집이 있는 게 기억났다.

Krinos 찹쌀도넛

1923년에 시작되었다는 이 디저트 가게에는 각종 그리스 전통 디저트뿐만 아니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파이도 여러 종류 있다.

밖에 있는 카운터는 포장만 되는 곳이었는데, 그걸 모르고 한참 기다렸다.

먹고 갈 거라고 하니 안에 들어가서 주문하라고 한다.

루쿠마데스와 치즈 파이

여기의 가장 기본은 루쿠마데스(Loukoumades).

쫀득한 도넛에 시럽과 시나몬 가루가 듬뿍 뿌려져서 나온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페타치즈가 들어간 치즈 파이도 하나 시켰다.

계속 튀겨져 나오는 도넛은 따듯하면서 바삭하고 안이 무척 가볍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여행객들만 북적일 줄 알았는데, 그리스 노인들이 커피와 루쿠마데스를 시켜놓고 먹고 있는 모습이 여럿 보였다.

 

시금치 파이를 먹고, 그리스 모래 커피를 마시고, 그릭 요거트를 먹고, 페타 치즈를 사고, 루쿠마데스를 먹고.

꽤나 그리스다운(?) 아침을 알차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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