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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2001. 로잔, 라보 Lake Geneva

제네바/르망 호수 (Montreux, Vevey, Chexbres)

by jieuness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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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전날 샀던 vignette가 아까워 스위스를 한 번 더 다녀오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숙소도 스위스 쪽에 잡을 걸 그랬다.

 

제네바 호수 (Lake Geneva), 혹은 현지 명칭으로 레만 호수(Lac Leman)는

스위스와 프랑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제네바, 로잔을 비롯해 스위스의 여러 주요 도시들이 위치해 있다.

 

이 날은 제네바 호수를 따라 다른 작은 도시들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시작은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한 몽트뢰(Montreux)이다.

 

어디를 가나 놀이터가 보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3세 어린이와의 여행.

 

산 좋고 물 좋은 곳들 많이 다녀 보았지만,

흔히 떠올리는 "저 알프스에 꽃과 같은 스위스 아가씨"의 이미지가

왜 생겼는지 알겠다.

공기에서 느껴지는 깨끗함과 평화로움.

험한 말도, 거친 행동도 절대 하면 안 될 것 같은 곳이다.

 

 

몽트뢰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라 하면

이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있다.

프레디 머큐리는 몽트뢰에 살면서

6장의 퀸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의 팬들이 편지와 꽃들을 남기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프레디인지 머큐리인지 관심없이

맥도날드에서 받은 빨간 풍선에 신난 엘리. 

 

몽트뢰에서 호수를 따라 15분 운전하면

그 다음 목적지인 브베이(Vevey)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토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꽤나 많아

미리 알아둔 몇 군 데 식당은 이미 자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계획에 없었던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갔는데,

아주 오래된 천장이 낮은 식당에서

고소한 피자 굽는 냄새가 좋았고,

푸짐한 샐러드에 속이 개운해졌다.

 

엄마, 아빠는 엘리를 먹이고,

엘리는 엘모를 먹이고.

 

기분 좋은 식사 후 작은 브베이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실사 크기의 BTS 등신대 발견.

스위스의 이렇게 작고 고요한 동네에까지 BTS가 들어와 있다니

재미있고 기분 좋은 일이다.

  

 

브베이 하면 또 유명한 것이

호수에 꽂혀진 이 거대한 포크이다.

 

이 포크는 알리멘타리움(Alimentarium)이라는

네슬레 재단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앞에서 찾을 수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호수에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작은 빨간색 포크도 있다.

고성을 말끔히 고쳐 만든 알리멘타리움은 로비만 둘러보고 나왔는데,

먹거리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전시를 연중 운영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이벤트도 많다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카페테리아도 깨끗하고 적당한 가격의 메뉴도 좋아보여서 

'여기서 점심을 먹었어야 했는데!" 하면서 J와 엄청 아쉬워했다. 

 

브베이를 떠나기 전, 하루 종일 흐리던 하늘이 살짝 개이면서

하늘이 열리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계속해서 제네바 호수를 끼고 다시 15분 정도 달렸다. 

 

내가 가고 싶어서 콕 찍어둔 곳이 있었는데,

Chexbres에 위치한 Le Deck이라는 레스토랑 겸 바이다.

제네바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뷰가 멋있다더니, 정말이었다.

하루 종일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은 호수와 산은 물론,

레스토랑 아래로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Chexbres가 있는 라보(Lavaux)는 산비탈에 펼쳐진 포도밭과 여기서 만든 좋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Chasselas라는 품종의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대표적이라고.

 

J는 라보 와인 한 잔, 엘리와 나는 따뜻한 핫초콜렛을 한 잔씩 마셨다.

진한 스위스 초콜렛으로 만들어

달콤하면서도 잠이 확 깨는 맛이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앉아 있다가

아쉽지만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다.

 

 

갑작스러운 여행에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즐겁게 함께 해준 내 3개월, 3세 강아지들.

비록 엘리가 겨울 내내 원했던 펑펑 내리고 소복히 쌓인 눈은 못 봤지만,

또 다른 재미가 있었기를,

가족과 함께 하는 이 소중한 시간이 건강한 마음으로 자라나는데에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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