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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1902. Lille & Bruges(Brugge)

릴(Lille)에서의 24시간

by jieuness 202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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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했던 2019년 2월. 이때도 꽤나 즉흥적으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구글 지도를 켜고 파리의 동서남북을 줌인, 줌아웃하다가

여기와 분위기가 다른 곳을 가보고 싶으니 오랜만에 국경을 넘어보자 했던 것 같다.

목적지는 벨기에의 Bruges.

예전에 J가 틀어줘서 봤던 <In Bruges>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킬러가 나오고, 영화 분위기가 좀 우중충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Bruges라는 도시는 꼭 한번 가봐야지 생각했다는 것.

 

파리에서 북쪽 국경을 넘어 벨기에, 네덜란드 쪽으로 가기 전에 꼭 들리게 되는, 들려야 하는 도시가 있다.

4년만에 다시 찾은 릴(Lille)이다.

파리에서 점심 먹고 출발해 4시경에 도착.

J는 일을 해야해서, 엘리랑 둘이 호텔 밖을 나섰다. 

이렇게나 귀여울 일이니! 사진 안으로 들어가 그때의 너를 꼬집어 보고 싶다!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딱 봐도 유서 깊어 보이는 200년 전통의 와플집에서

와플도 하나 사먹었다. 기대와는 달리 미리 만들어 둔 것을 대충 데워 주어 맛은 별로.

(하지만 곧 벨기에에서 인생 와플을 먹게 될터이니!)

 

일이 끝난 J가 합류하고, 저녁 먹을 곳을 찾는데

내가 원래 가보고 싶었던 La Capsule이라는 맥주집은

사람도 많고 비좁아 입구에서 식당도 아닌 J에게 단번에 거절당했다.

그리고 J가 골라 들어간 곳은 대성당 바로 앞에 있는

Vivat Factory라는 곳. 

별 특별해보이지 않는 모던한 식당 겸 펍이었는데,

J의 픽은 (대부분) 옳다는 걸 또 한번 알려준 곳이었다.

유모차를 가지고 들어가도 부담 없는 넓은 공간에, 

무엇보다 탁 트인 깨끗한 주방에서 일하는 두 명의 요리사가 어찌나 열정적이던지!

자꾸 보게 되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안타깝게도 정확히 어떤 음식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단맛이 도는 소스에, 오랫동안 푹 졸인 꾸덕한 고기 요리였다.

북쪽 지방 요리인 carbonnade가 아니였나 싶기도. 

음식도 맛있었고, 북쪽 지방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도 신선했다.

아직 쌀쌀했던 2월의 밤. 옛 광장의 야경과 돌바닥에 덜컹거리던 유모차. 

 

다음날 아침.  

피곤해하는 J는 두고, 아침 일찍 빵을 사러 엘리와 둘이 호텔을 나섰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의 광장. 저 칼칼한 공기도 참 좋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들리지 못한 Meert. 유명한 디저트 가게이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는 내가 일부러 찾아간 빵집인 Alex Croquet.

어디선가 그를 '빵의 연금술사'라고 칭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신선한 빵이 가득찬 작은 가게에서는 참을 수 없는 향이 가득해 내 빵욕심을 자극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짧지 않았던 길은 크로와상 하나 쥐어주니 수월했고.

 

릴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고

내가 미리 찾아뒀던 식당을 찾아갔다.

Estaminet Au Vieux de la Vieille.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주변 골목들을 둘러보다가

문열기 5분 전쯤 식당으로 돌아갔는데,

이럴 수가, 그 사이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문이 열리고 차례대로 들어가는데 우리까지 순서가 올까말까 불안불안.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테이블을 잡을 수 있었다. 

지역 전통음식을 하는 식당인데, 내부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젋고 빠르고 활기찬 곳.

저때만 해도 펜 하나만 있으면 꽤 오래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북쪽 음식은 진하고 든든하고 느끼하다.

식사 후 만족감과 부대낌이 공존하는데,

한번씩 엄청나게 그리워지는 맛.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Aux merveilleux de fred라는

일단 화려함으로 눈을 사로잡는 곳이 있는데 디저트 먹기 딱이다.

어디서 많이 본 곳이라 생각했는데,

엘리 유치원 가는 길에 있었던 곳이 분점이었다.

메르베이유(Merveilleux)라는 릴의 디저트인데,

바사삭한 머랭을 씹으면 엄청나게 부드러운 크림이 입안에 터져나오면서

내가 선택한 맛의 토핑이 씹힌다.

달달하게 마무리한 릴에서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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