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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1906. 밀라노, 파르마, 친퀘테레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파르마 (Parma)

by jieuness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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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의 시작은 파르마였다.


몇 년 전 볼로냐를 여행했을 때, 그곳이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의 수도이며,

에밀리아-로마냐는 이탈리아에서도 미식의 지역으로 유명하며,

그 유명한 (흔히 파마산 치즈로 알려진)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나오는 파르마와,

발사믹 식초가 유래한, 그리고 내가 흠모하는 셰프 마시모 보투라의 도시인 모데나가

볼로냐와 더불어 에밀리아-로마냐를 대표하는 미식의 도시임을 배웠었다.

이탈리아 음식의 저력을 체험했던 볼로냐 여행을 마치며

꼭 다음에 파르마와 모데나를 찾아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정복(?)해보리라 다짐했었다.   


모데나는 또 다시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남겨두게 되었지만,

파르마를 가게 된 것이 어찌나 설레이던지.

파르마에서 먹을 것 쟁여오려고 트렁크도 비워두었다.


파르마 구시가지는 차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파르마역 근처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갔다.

도시가 크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파르마에서의 완벽한 점심을 위해 심사숙고 해서 고른 식당.

1800년에 시작되었다는, 파르마 지역 음식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다는 곳이다.

내가 마음이 앞서 문 열기도 전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예약을 안 했다고 하니 어렵겠다는 표정이 돌아왔지만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친절한 답변에 안도했다. 


벽돌벽과 빈티지하게 꾸며진 식당 앞이 맘에 들어

엘리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우리가 1번 손님이다.

예약 없이 온 우리를 처음에 곤란해 하던게 괜한 행동이 아니였던 것이,

15-10분쯤 지나니 정말 식당 전체가 꽉 찼다.  

어디 가나 환영 받는 행복한 꼬마 여행자.


우리가 주문한 것들.


첫번째 Salumi Misti는 파르마 지역에서 유명한 햄들 모듬접시이다.

토르타 프리타(Torta Fritta)는 튀긴 밀가루 빵인데 

여기 사람들이 꼭 곁들여 먹는 필수란다.

정말 토르타 프리타가 없는 테이블이 없었다. 

엄청나게 고소한 튀김빵에 짭짤하면서 담백한 햄을 턱턱 올려

끝도 없이 먹었다.


그리고 도착한 본식.

J가 시킨 건 햄이 들어간 타글리올리니(Tagliolini) 파스타.

나는 호박맛 토르텔리니를 시켰다.

파르마 답게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테이블마다 작은 단지에 올려져 있어

이미 뿌려져서 왔지만 마음껏 더 뿌려 먹는다.


이탈리아 음식의 신비는

어떻게 이렇게 단순한 음식인데 이런 맛이 나지? 하는 것이 아닐까.

올리브유, 치즈에 크림 조금 정도인 것 같은데

신선하고 좋은 재료의 힘인가 보다.

정말 맛있다. 감사함을 느껴지는 식사이다.

이 여행에서, 특히 이 식당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

집에 돌아온 후 온갖 것 때려 넣고 지지고 볶아 요리하던 일이 줄었다.

양념이나 소스보다는 재료를 신경 써서 준비하고 요리법을 최대한 단순하게

시도하는 일이 늘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식당 지하에 내려갔더니

오래된 가구들과 햄 자르는 기계가 있어 엘리 사진 또 찍어주고,

슬쩍 햄 창고도 들여다 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파르마 시내를 마저 둘러보았다.

La Prosciutteria는 파르마 지역의 각종 샤커트리를 살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여행 일정이 남아있고, 그동안 보관에 자신이 없어

파르마 햄을 사지 않았던 것이 지금도 아쉽다.

   

예쁜 전등갓으로 장식되어 있던, 수공예품 가게들이 많았던 거리.


이곳은 중세시대에 세워진 세례식이 이루어지던 건물이라고 한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팔각기둥 모양이 독특하다.

바로 옆에는 파르마 대성당이 있다.

보통 성전 안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데,

이곳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감정을 압도하는

화려한 색감과 고품스러움이 있었다.

유럽 도시의 여러 큰 성당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이 없고

알차고 찰진 느낌이랄까.


파르마 시내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슈퍼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슈퍼에서 보이는 파스타 셀렉션이 이 정도.

알록달록 색도 예쁘고 그냥 올리브유 살짝 달군 후에 파스타 넣고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만 잔뜩 뿌려도 너무나 맛있을 것 같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파르마.

정말 즐거운 하루였는데, 파르마의 정수는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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