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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1604. 마요르카 Mallorca

(5) 현지인과 함께한 팔마(Palma) 구경

by jieuness 2016.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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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맑음.

마요르카의 오렌지는 정말 꿀맛이다.

파리에서 길들여진 쫄깃한 바게트맛에는 한참 못 미치는 퍼석한 빵이지만,

경치를 반찬 삼아 먹으니 뭐든 맛있다.

 

오늘은 마요르카에 사는 친구 가족과 점심을 먹고 팔마 구경을 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는 시에서 운영하는 시장.

 

친구가 도착하기 전 한바퀴 둘러보는데,

온갖 식료품에 신선한 과일, 야채, 해산물이 가득하고,

아침 11시 남짓된 시간인데 벌써부터 와인, 맥주와 함께 타파스를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착한 친구가 시장 안에 있는 바 중 하나로 우리를 안내했다.

의자도 충분하지 않아 사람들 대부분 서서 먹고 마시고 있다.

친구가 주문한 대로 한상 차려졌는데,

시사모 같은 작은 생선 튀김,

오징어 튀김,

꽈리고추 비슷한 고추구이,

새우 구이.

침이 줄줄 나오게 하는 냄새는 물론이고 맛이 어마어마하다.

해산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릇하게 구워 굵은 소금을 뿌려 나온 저 고추구이가 정말 별미이다.

내가 하도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으니

친구도 뿌듯한 표정. 립서비스가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훌륭. 나중에 소고기 버섯 구이까지 추가해서 먹었는데,

어른 다섯 명이 배불리 먹고, 맥주까지 잔뜩 마시고도 총 60유로 정도 나왔다.

 

시장을 나와 팔마 시내로 들어가 커피부터 마시기로 했다.

시장에서 10여분 정도 걸어 팔마로 들어서자마자,

현대미술관에 붙어 있는 야외 레스토랑 겸 카페가 보석처럼 숨겨져 있었다. 

 

이곳은 성벽 위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야자수 너머로 빼곡히 요트가 들어선 팔마 항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성벽을 따라 팔마 중심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팔마 중심까지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겠냐고 묻는 친구.

"엄청 가까운데?" 라고 했더니

생활권이 좁은 마요르카에서는 10-15분 걷는 거리도 다들 멀다고 한다고.

어쩐지 집에서 회사까지 차로 20분인데 너무 멀어서 힘들다고 하던

친구 와이프 말을 들으며 엄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팔마의 명소 중 하나인 마요르카 대성당.

고딕 양식의 이 웅장한 성당의 일부는 가우디 작품이란다.

아쉽게도 토요일에는 문을 닫아 안을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이곳에도 자비의 해를 맞아 구원의 문이 있었는데, 역시나 구경만 할 수 밖에.

 

친구 부부와 헤어져 따뜻한 햇살 아래 느릿느릿 걸으며

'아, 이런 곳에서의 삶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J는 이런 곳에서는 못 살 것 같다고 한다.

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워서 금방 질릴 것 같다는데, 왠지 수긍이 간다.

 

 

팔마 시내의 어느 조용한 골목에는 아랍 목욕탕이 남아 있었는데,

10-12세기 경의 이슬람 문화를 보여주는 몇 안되는 마요르카의 유적이라고 한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구경하는데에 10분도 안 걸린다는 리뷰를 보았다.

 

마침 발이 욱신욱신하던 차에 작은 수도원 성당이 있길래 들어가 앉았다.

그런데 곧 종소리가 울리더니 미사가 시작하는 것.

안 그래도 다음날이 주일이라 미사를 어디서 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특전미사에 불러주시니 감사기도가 절로 나온다.

평소에 성당에 잘 가지 않는 J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맞아 함께 미사 봉헌할 수 있어

얼마나 더 감사한지.

 

성당을 빠져 나오며, 늘 이렇게 나보다 앞서 계획해 주시는 주님 은총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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