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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가 4개월이 될 무렵,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유식은 언제하냐며 카톡을 보내 왔다.
고 작은 입으로 오물조물 먹으면 얼마나 귀여운지 아느냐며 내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 놓고,
아직 너무 이르다며 방어하는 나에게 어김없이 '너희들 다 그렇게 키웠어' 기술을 시전.
국내외 책과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공부해보니
이유식은 보통 4-6개월 사이에 시작하는데,
최근에는 6개월까지 모유나 분유만으로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고,
자기주도 이유식이라 하여 아기가 스스로 원할 때에 - 예를 들면 엄마, 아빠가 식사하는 것을 빤히 쳐다본다던가, 음식을 입 가까이에 대면 입을 벌린다던가 하는 표시를 보낼 때가 이유식을 시작할 적기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4개월 엘리는 엄마 아빠 밥 먹을 때 쳐다보기는 하는데 일반적으로 주위에 관심이 많아진 때라 특별히 음식에 흥미가 생긴 것인지 애매했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입에 대어 보면 혀를 날름거릴 때도 있고 망부석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도 있었다.
4개월 하고도 열흘이 된 날, 4개월 정기검진 차 소아과를 찾았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이따가 이유식에 대해 이야기 해줄게" 하신다.
오잉, 벌써? 내가 놀란듯 물으니, 의사 선생님은 이유식 그까이꺼 뭐 별거냐는 듯이 "oui, oui, 시작해 시작해"
의사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메모.
한국에서는 이유식을 미음으로 시작해,
미음 베이스에 야채, 고기 등을 추가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듯 한데,
쌀이 주식이 아닌 서양에서는 보통 야채 퓨레로 이유식을 시작한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점심 수유 전에 애호박, 당근, 시금치, 감자, 단호박, 브로콜리 등의 야채를 익혀 만든 퓨레를 먹이는데,
처음에 한 숟가락 (30g)으로 시작해 120g까지 늘릴 수 있다.
그리고 15일 후에 과일을 시작하는데, 여기가 재미있다.
점심 시간에는 그대로 야채 이유식을 먹이고,
"구테(gouter)" 시간에 과일을 "익혀" 갈아서 만든 콤포트를 마찬가지로 30g부터 시작해 120g까지 먹이라는 것.
프랑스 사람들은 하루에 네끼를 먹는다고 하는데,
아침 8시경에 아침식사,
오후 12-1시경에 점심식사,
오후 4-5시경에 "구테,"
그리고 오후 8시경에 저녁식사를 한다.
"구테"는 맛보다라는 뜻인데, 굉장히 프랑스적인 문화로 일종의 간식 시간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구테 시간은 성스러운 의식처럼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 중 하나라고 한다.
오후에 공원을 걷다보면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다가도
구테 시간이 되면 엄마에게 달려와 새모이처럼 달콤한 간식을 받아 먹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프랑스의 식사시간은 이유식을 막 시작한 아기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리고 의도치 않았음에도,
엘리는 4개월 조금 넘어서부터 정확히 프랑스식 식사시간을 준수하고 있다.
(8시전에 자기 때문에 저녁만 프랑스 기준으로 일찍인 7시경에 먹는다.)
마지막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이유식 설명 끝에 덧붙인 말.
"슈퍼에서 사는 이유식도 아주 좋아요."
하하. 손수 매일 다른 신선한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리라 다짐했던 나를 유혹에 빠뜨리시다니.
"엄마가 편한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는 프랑스식 육아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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