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엘리와 캐나다집에 가 있을 때 J와 전화를 하는데
갑자기 "캠핑 가볼래?" 하길래 "어우 좋다!" 했다.
깊이 생각 할 것도 없이 딱 꽂히더라.
J는 파리지엥 엘리에게 자연을 접할 기회를 많이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백프로 동의할 뿐더러, J의 그 마음도 참 좋았다.
J가 찾은 건 후토피아(Huttopia)라는 캠핑장 체인이었다.
후토피아 사이트에 가면 프랑스 전역에 위치한 캠핑장을 예약할 수 있는데,
침대, 식탁, 주방, 식기 등 다 챙겨져 있는 텐트나 샬레에서 글램핑을 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까지 갖춰져 있는 숙소를 고를 수도 있다.
대망의 첫 캠핑(이라 쓰고 글램핑) 목적지는 바로 베르사이유.
베르사이유 궁전이 있는 그 베르사이유다.
동네에서 RER C 역에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라 차도 빌릴 필요 없이
최대한 간단히 2박 3일 짐을 챙겨 출발했다.
J는 일 끝나고 합류하기로 했고,
나 혼자 엘리를 유모차에 태우고, 배낭을 매고, 작은 아이스백을 들고
호기롭게 캠핑장으로 향했다.
Porchefontaine역에서 내려 20여분 걸어 드디어 도착.
그 사이 엘리는 곯아 떨어졌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생각보다 더 근사한 텐트.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캠핑장.
오는 길에 산 달디단 아몬드 크로와상에 하이네켄 한 캔 탁 마시는데
에너지가 급상승.
어느새 깬 엘리도 캠핑 준비 완료.
종종 걸음마에 익숙해지던 때.
낙엽더미에서 넘어서 쑤셔박히고
신나게 걸어가다가 아무거나 주워 먹고.
첫 날 저녁은 주먹밥에 라면. 완벽했다.
둘째날 아침에는 말로만 들어본 베르사이유 궁전에 드디어 입성.
궁이 있는 공원에는 여러번 가보았는데, 궁전 안에는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캠핑장 근처에서 버스를 타니 총 30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늘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는데,
기회는 늘 생각치 못할 때 온다.
그 화려함이란.
그 많은 사람들이란.
직전 본능 발휘해 두 시간 정도에 끝냈는데,
심신이 지쳐서 나왔다.
지쳤을 때는 단 게 최고.
궁전 안에서 안젤리나의 그 유명한 몽블랑도 처음 먹어보고.
이번 주말에 오랜만에 안젤리나 몽블랑 먹으러 가야겠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며 야채와 고기, 메르게즈 소세지를 사서
저녁은 바베큐.
텐트에 작은 가스 바베큐 기계가 있었는데,
우리 가족 바베큐 하기에 딱이다.
우리가 캠핑을 갔던 10월 중순 베르사이유는
낮 날씨는 화창하고 좋았지만,
밤에는 꽤나 추워졌고 텐트 틈 사이로 바람도 많이 들어왔다.
텐트 안에 있던 난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는데,
화력은 좋은데 장작이 너무 빨리 사라져 새벽에 일부러 여러번 깨서
장작을 리필해 주어야 했다.
이런 난로가 있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은박지에 감자나 고구마 좀 싸왔을텐데.
어머, 지금 보니 엘리 1호, 엘리 2호랑 똑같이 생겼다.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캠핑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캠핑장 근처 숲도 한바퀴 돌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흙, 나무 냄새 맡으며 에너지 충전했던
짧은 2박 3일의 글램핑.
본격적인 가족 캠핑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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