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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Camping in France 프랑스 캠핑

(2018.08) 라 가랑죠아 La Garangeoire 캠핑장

by jieuness 202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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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가 본격적으로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건

2018년 여름이었다.

전 해에 녹음이 푸르렀던 캠핑장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워

검색을 해보니 프랑스 각지에 캠핑장이 얼마나 많던지.

놀라울 것도 없는 것이 프랑스가 면적도 넓을 뿐더러,

바다, 산, 강, 모든 것을 갖춘, 자연환경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이다.

 

한참의 구글링 끝에 라 가랑죠아(La Garangeoire)라는 캠핑장을 선택했다.

캠핑장 추천 리스트에 자주 보이고,

바다랑 가깝고, 수영장 등 부대시설도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 테이블, 눕는 의자, 파라솔, 냉장고, 전기 등이 다 갖춰진

텐트 자리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캠핑을 꾸준히 하게 될지 아직 모르니, 장비를 최소한으로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캠핑장을 정하고,

여름 내내 자리가 없어 겨우 8월 마지막 주에 3박 4일로 예약까지 완료.

 

캠핑 초보인 것 치고는 생각보다 살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우연히 지인이 나중에 엘리가 학교에 가면 여름캠프 보낼 때 필요할 거라며

부피는 좀 크지만 깨끗한 침낭을 두 개 물려 주어 가지고 있었고,

접이식 테이블, 휴대용 버너, 대형 돗자리도 이미 있었다.

우리가 캠핑에 재미를 붙일지 아직은 확실치 않으니 최대한 간소히 시작하자 해서

결국 텐트와 에어 매트리스, 매트리스에 바람 넣을 전기펌프, 이렇게 구입하니

 얼추 캠핑 준비가 끝났다.

 

캠핑 떠나는 날.

방금 나를 소리지르게 만든 아기아기한 2년 전 엘리.

 

네 시간이 조금 넘는 짧지 않은 거리였는데,

고맙게도 엘리는 잘 자고 잘 놀며 따라와 주었다.

 

캠핑장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친절한 아저씨 한 분이 우리를 맞아 주셨는데,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3대째 내려오고 있는 캠핑장이란다.

창업자의 손녀와 손주사위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텐트/캠핑카 자리와

글램핑 텐트, 모빌홈 등 다 합쳐 300동 넘는 큰 규모의 이 캠핑장에서

프랑스 손님은 단 한 팀이었다는 것.

(매년 여름마다 오는 프랑스 부부라고 한다.)

 나머지 손님은 다 영국 손님들이라고 한다.

영국 차로 출발해 페리를 타고 이곳 캠핑장까지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캠핑장에 있는 3박 4일 동안 캠핑장 안에서 불어를 하는 사람들은

직원들 뿐이었다.

 

자리를 안내 받아 가보니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주변 텐트들이 더 가까이 있었다.

넓은 캠핑장을 바둑판 모양으로 나눈 칸마다 텐트와 캠핑카가 빼곡히 차있다. 

우리가 예약한 대로 왠만한 것들이 다 갖추어져 있는 양지 바른 공터이다.

우리의 텐트를 드디어 첫 개시하는 순간!

 

이 때부터... 텐트를 치는데에 한시간이 넘게 걸렸고,

J와 대판 싸우고 그냥 짐싸서 파리로 돌아갈 뻔 했다 ㅋㅋㅋㅋㅋ

뭐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도 모르겠고,

설치하는 동영상을 보고 시작하라는 내 말을 J는 듣지 않고,

결국 본 동영상은 텐트 안에 들어있는 그림 설명과 다르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성공.

이 모든 상황을 지켜 본 건너편 이웃 영국 아저씨가

텐트 치기가 끝난 후 시원한 맥주 두 캔을 쥐어주셨다.

  

그렇게 밤 9시 넘어 먹게 된 저녁.

졸린데 왜 밥을 지금 먹는지 모르겠는 분.

 

잠 잘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피곤하지만 자지 않겠다는 의지.

 

다음날 아침.

 

캠핑장 안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아침에 먹을 빵을 살 수 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20분 정도 떨어진 Bretignolles-sur-Mer라는 곳에

장이 서는 날이라고 해서 식사거리를 사러 가기로 했다.

 

장에는 사람도 많고 활기가 넘쳤다.

바다에 근접한 지역이라 해산물이 특히 싸고 신선했는데,

저녁에 바베큐에 구울 생선을 한 보따리 샀는데 20유로 밖에 안 했던 걸로 기억. 

 

점심에는 파리에서 싸들고 온 떡에 파 넣고, 어묵을 까 먹은 대신

소세지 잔뜩 넣고 떡볶이를 해 먹었다.

 

라 가랑죠아 캠핑장의 장점 중 하나는 크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부대시설.

수영장은 거의 작은 워터파크 수준이었다.

아기들 놀 수 있는 얕은 풀부터,

큰 아이들 신나게 놀 수 있는 꽤 긴 미끄럼틀이 있는 풀까지.

 

저녁에는 야심차게 준비한 생선구이를 했고,

비록 그릴에 다 들러붙어 모양새는 별로였지만 맛은 정말 좋았다.

 

셋째날 아침.

 

이날 아침은 팬케이크와 같이 구운 복숭아.

 

점심에는 J가 만든 과카몰리에,

 

나초를 해먹었다.

캠핑장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만능 롯지 주물팬.

 

엘리는 그늘이 진 차위에 누워 쉬기도 하고.

 

이 캠핑장의 또 다른 숨은 보석은 이 작은 천연 라군(lagoon)이다.

캠핑장 구석에 있어 꽤 걸어가야 했는데,

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물은 또 어찌나 맑은지.

아기들 놀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저녁에는 미국 남부 스타일의ㅋㅋㅋ 후라이드 치킨.

비빔면 추가.

 

벌써 마지막날 밤이라니.

 

마지막날 아침.

 

파리로 돌아갈 길이 멀어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마지막 식사는 오뚜기 사골국물에 만든 떡국이다.

 

텐트는 치는 것도 어렵지만 정리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우리 가족은 이 캠핑을 시작으로 캠핑에 재미를 붙여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캠핑을 다니고 있다.

텐트를 싣고 안 가본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도 

늘 라 가랑죠아 캠핑장에 언젠가는 꼭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에는 적어도 일주일은 보낼 수 있게, 미리 예약을 해야지.

지난번에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했던 주변 해안 도시들도 가보고 싶고,

  엘리가 더 컸으니 캠핑장에서 아이들 위해 준비한 액티비티도 참여할 수 있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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