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둘째주 토요일.
일찌감치 온 가족 외출해 먹고 걷고 먹고 걷고 하는데
화창하고 선선하니 날이 어찌나 좋은지
피곤한 줄 모르고 가을의 파리를 마음껏 즐겼다.
슬슬 집에 돌아가는 길.
시간은 늦어지고 곧 저녁 먹어야 하는데
냉장고는 비었고 아이디어는 없고.
그 순간 내 코끝을 스친 가을볕에 마른 나뭇잎 향,
그리고 떠오른 건 바로 '트러플!'
풍요롭고 화사한 가을날에 어울리는 메뉴이다.
이미 집 근처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트러플 음식들을 생각해보니,
첫번째는 모노프리에서 파는 트러플 부라타.
두번째는 트러플 잠봉. 이것도 모노프리에서 구입.
세번째는 Oliviers & Co 에서 발견한 트러플 소스이다.
트러플 60%에 올리브유가 19.5% 들어가 있다.
이 트러플 소스 한 스푼에 꿀을 넉넉히 부어 만든 즉석 트러플 꿀.
오늘의 진짜 주인공이다.
집에 와 15분만에 휘리릭 차려진 트러플 한상이다.
일단 호밀빵과 깜빠뉴빵에,
J가 먹고 싶다던 호박 들어간 포타쥬(potage, 걸쭉한 수프)를
나의 사랑 너의 사랑 피카드(Picard)에서 구입.
리옹 지방 포타쥬 (Potage Lyonnais)라고 써 있었는데,
진한 오렌지색의 포티마롱 호박에, 감자와 에멘탈 치즈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제철인 무화과에 염소치즈인 생쉐브르 치즈는
이때 꼭 먹어줘야 하는, 요즘 매일 먹는 꿀조합.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찰떡궁합인 음식 조합을 늘 알려주시는
chezsuzie님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감자튀김+트러플잠봉+파르미지아노 치즈.
반을 가르니 작지만 강한 트러플 조각이 박힌 부라타.
이 모든 메뉴에 막 만든 트러플꿀을 뿌려 호사스러운 식사를 즐겼다.
호밀빵에 트러플 부라타 바르고 그 위에 트러플꿀 얹어 한입 크게 베어 물고,
무화과에 염소크림치즈 얹어 피스타치오 뿌리고,
여기에도 트러플꿀 뿌려 한입에 쏘옥.
참으로 좋은 하루를 감사하게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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