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es ouvertes à la cantine
EJ 학교에서 급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날.
EJ가 마테넬 입학했을 때부터 가고 싶었던 행사였는데,
첫 2년은 코비드 때문에 취소되고, 작년에는 참관만 할 수 있었고,
올해 드디어 온전한 급식체험을 하게 된 것.
놀래켜 주려고 EJ에게 미리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 보람이 있게 아이가 놀람과 환희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신이 난 EJ가 이끄는 대로 급식실로 가 아이의 안내 대로 쟁반을 꺼내
바게뜨 (한 조각만 집어야 되는데 두 개가 붙어 있는 건 괜찮아!ㅋㅋㅋ), 에피타이저, 치즈와 디저트를 담고,
급식선생님이 주시는 메인메뉴를 받는다.
오늘의 메뉴는 토마토가 들어간 파스타 샐러드, 푹 익힌 완두콩과 당근, 짭쪼롬한 소스가 올려진 닭다리,
디저트로는 까망베르 치즈와 사과이다.
역시 대량으로 조리하면 맛없없! 깊고 푸근한 맛이 난다.
평소의 그녀의 점심식사 시간이 무척 궁금했는데,
함께 할 수 있어 내가 더 신이 났다.
아이들이 반은 먹고 반은 수다 떨며, 혼잡스럽지만 즐거운 분위기도 좋았고,
중간중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살펴보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는 주의 주는 것도 빼먹지 않는 선생님들에게도 감사했다.
식사시간이 끝나고 주방 견학이 있었는데,
일단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무장을 한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도 느꼈지만,
주방 하나 참으로 티끌 하나 없이 청결하다.
프랑스에 살면서 어느 정도의 지저분함 또한 나름의 매력이라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이 학교 주방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다.
점심 메뉴는 구 단위 교육청, 학교 쉐프, 학부모 등의 논의를 거쳐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커미션에서 승인을 받는다.
쉐프 선생님은 오전 6시에 출근해 무슨 일이 있어도 11시 반에 아이들이 식사할 수 있게
모든 준비와 조리과정을 책임진다.
최근에 대중교통 파업으로 파리 전체가 마비되었을 때도
우리 쉐프 선생님은 출근하지 못한 급식실 선생님들 몫까지 다 소화하며 아이들의 따뜻한 점심을 준비해주셨다.
매일 오전 중에 신선한 식재료가 학교에 배달되는데,
혹시라도 배달 사고가 있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일이 아닌 그 다음날 사용된다.
10월에 구청에서 우리 동네 학교 급식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Forum du Goût이라는 행사가 열렸었는데,
생산자들이 아이들 학교에 납품되는 식재료들을 직접 가져와 소개하고, 시식도 할 수 있었다.
프랑스답게 다양한 햄, 치즈, 빵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 디저트까지 직접 보고 맛보면서
이미 급식 재료에 대한 믿음과 안심이 깔려있었다.
거기에다가 깨끗한 주방, 쉐프 선생님의 책임감까지 보고 나니
우리 아이들 한 끼 식사를 위해 들어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에 감사할 뿐.
더불어 집에서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사한 식사인지를 알려주어야 할 부모로서의 책임도 느낀다.
선생님 말씀이, 학교에서도 식재료 자체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가정에서의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셨다.
매 끼니 이 음식을 내가 먹기까지 어떤 사람들의 어떠한 수고가 들어갔는지,
또 각각의 재료에서 어떤 맛이 나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런 것들을 알면 내 앞에 놓인 식사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을테니.
이러한 이야기 나누며 우리 가족의 식사시간 또한 더 풍요로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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