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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활 La vie à Paris/일상

파리에 없는 것들 (+그중에 찾은 것들)

by jieuness 201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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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온지 이제 네 달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초보 아줌마답게 열정적으로 건강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찾아 다양한 곳에서 장보기를 시도하며

나름 어떤 재료는 어디서 사는게 싸고 좋은지 파악해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몇가지 있었으니...

오늘은 "파리에 없는 것들," 정확히 말하면 파리에서 찾기 어려운 식재료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물론 이중 대부분은 한국 마트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구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음식과 요리의 천국인 프랑스에서

없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그것들.

그리고 그중에 결국 찾아내고야만 그 기쁨의 이야기도 함께.

 

1. 매운 고추

2. 파

3. 케일

4. 전분가루

5. and more...

 

 

1. 매운 고추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몇 조각 넣으면 그 칼칼함이 좋고,

볶음요리를 할 때도 기름에 고추를 함께 볶으면 눈은 좀 맵지만 먹을 때는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그런데 슈퍼에도, 시장에서도 찾을 수 없던 것이 바로 이 매운 고추.

청양고추는 바라지도 않지만, 외국에서도 자주 사용된다고 생각했던 세라노, 할리피뇨 같은 고추도 찾을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할리피뇨 피클 정도는 있겠지... 했지만 이것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최근에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로 이것.

"동결건조 다진 청양고추"(!!!)

고추 블럭(?)에 물을 부으면 3초만에 불어난다.

입자가 가루처럼 고와서 체에 받쳐 물을 빼면 상당 부분이 같이 떠내려 가는 것,

물에 불려 사용해야 하니 기름으로 볶는 요리에 넣으면 기름이 엄청 튄다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참으로 신세계이다.

특히 국물요리에 넣기에 딱 좋다.

세 봉지가 도착했는데 이거 다 쓰면 또 어떡하나... 벌써 걱정.

 

 

2. 파

내가 요즘 가장 큰 가르침을 받고 있는 집밥백선생님에 의하면

파는 없어서는 절대 안되는 식재료이다.

특히 왠만한 볶음요리는 다 맛있게 만들어준다는 파기름에는 잘게 썰어넣은 파가 필수이고,

어떤 음식이던지 마무리에 파를 듬뿍 썰어넣으면 맛도 향도 비쥬얼도 업그레이드.

 

그런데 이 파가 없다!

있을 때는 소중한지 몰랐던 파... 없으니 얼마나 아쉬운지.

슈퍼에 가면 poireau라고 해서 언뜻 보면 대파 비슷한 것이 있는데,

파란 부분이 두껍고 질기면서, 흰색 대를 잘라보면 단면이 겹겹이 촘촘하다.

파 대용으로 써봤지만 식감이 더 질기고, 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다가 주말에 마쉐 바스티유에서 발견한 진짜 파!

 

보고 싶었어, 대파야!

불어로는 ciboule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사용해보니 바로 이거다.

시장에서 정말로 소리질렀다. J가 정말로 이상하게 쳐다봤다.

한단 사서 꽃다발처럼 품에 안고 집에 돌아오는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

 

 

3. 케일

내가 무척 좋아하는 야채, 케일.

몇년전부터 슈퍼푸드로 떠올라서 특히 캐나다에서는 쉽게 살 수 있었다.

이번에 미국에 갔을 때도 슈퍼마다 없는 곳이 없고,

샐러드, 쥬스 등으로 자주 먹었다.

 

나름 인기있는 채소라는 생각에 건강식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도 많이 찾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왠걸, 슈퍼에서는 한번도 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마쉐 바스티유에서 찾았다는 말씀!

보기만 해도 흐뭇.

 

 

4. 전분가루

며칠 전 닭강정을 만들고 싶어서 튀김옷으로 쓸 전분가루를 찾아 슈퍼에 갔는데,

아주 기본적인 재료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없다.

프랑스어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동네 슈퍼를 다 돌아다니며 "Avez-vous amidon?"을 몇번이나 외쳤는지...

결국 닭강정은 밀가루로 해결했지만,

아직 내 "amidon"을 향한 서치는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국 마트에 가야할 듯.

 

 

5. and more... 

예전에는 귀한줄 몰랐던 식재료들이 너무나 많다.

콩나물, 무, 깻잎, 오징어... 내가 이것들을 이렇게나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아쉽다.

한국 마트에 가도 양껏 팔지를 않고, 이렇게 생각치 못한 모양일 때도 있다.

  

(프랑스는 무도 바게트 모양)

 

 

한국에서는 흔한, 소박하지만 풍성한 식재료로,

백선생님의 요리를 맘껏 따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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