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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활 La vie à Paris/일상

추석맞이 배놀이 -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 유람선

by jieuness 2015.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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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J, 동네친구 F와 집 근처 생마르탱 운하를 걷다가

내가 "지도에서는 운하가 우리집 바로 앞까지 지나가는 걸로 나오는데 왜 우리집 앞에는 물이 없지?" 했더니

J가 운하의 일부분이 지하 터널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F가 가끔 지하 터널과 지상 운하가 만나는 지점에서 배가 물 위로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J는 말도 안된다고 했고,

우리는 이걸 가지고 한참 맞네, 아니네, 필요 이상으로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나중에 알아본 결과,

실제로 생마르탱 운하의 일부분은 지하 터널이고,

심지어 이 지하 터널을 지나 운하를 구경할 수 있는 유람선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꼭 한번 타보아야 겠다고 다짐하던 차에,

마침 돌아온 추석을 맞이해 파리식으로 배놀이(?)를 해보자고 했다.


canauxrama.com에서 하루 전날 표를 예매하고,

오전 9시 45분 출발 시간에 맞춰 바스틸역 근처 선착장에서 배에 올랐다.

정면으로 바스틸 탑이 보이고,

그 밑으로 우리 배가 들어갈 터널 입구가 보인다.


가이드는 불어와 영어로 제공된다.

가이드 언니가 2층 야외 좌석과, 1층 실내 좌석을 왔다갔다 하면서 방송을 진행한다.


터널의 입구는 메트로 바스틸역 밑에서 시작된다.

전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유리창에 붙어 우리 배를 구경한다.


드디어 터널 입성.

비좁은 터널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견고하다.


그리고 환기와 조명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런 구멍들이 계속 머리 위로 지나간다.

생각해보니 우리집 바로 앞에도 몇개나 있다.

나중에 배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 저기에 얼굴 바짝 대고 있으면 배 타는 사람들이 얼마나 깜짝 놀랄까

얘기하며 J랑 막 웃었다. 꼭 해봐야지.


2km 길이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지상으로 나가는 출구가 보인다. 


배가 도착하면 정면에 보이는 수문 밑으로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잠시후면 배가 지상 높이까지 떠오르고, 수문이 열리고, 배가 전진한다.


날씨 참 좋다.


생마르탱 운하가 보이는 곳에 사는 F.

우리가 배 탔다고 했더니 창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열정적으로 손을 흔든다.

너무 웃기고 반가워서 챙피한지도 모르고 소리를 엄청 질렀다.


보통 파리하면 세느강을 우선적으로 떠올리지만,

생마르탱 운하는 파리지엥의 일상과 더 가까운, 생활밀착형 수로이다.

아침에는 출근하고 조깅 하는 사람들로,

저녁에는 와인, 맥주에 간식거리 사가지고 앉아 떠들고 웃는 사람들로,

늘 활기차고 정겹기도 한 곳이다. 


소방서도 보이고,


가을색이 물씬 풍긴다.


관록이 느껴지는 선장님.



2시간 30분 정도 되는 운행 시간 동안 수문을 서너개 정도 만나는데,

그때마다 배를 띄워 올리고 문을 여닫는 걸 기다리는게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다.

가벼운 읽을 거리를 하나 가지고 배에 오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마르탱 운하와 우르크(l'Ourcq) 운하가 만나는 곳이다.

이곳은 파리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리는 차, 자전거가 지나가는데,

양쪽에 보이는 도르래 같은 것을 감고 풀어

배가 지나갈 때는 이렇게 올라가 있다가 배가 지나가면 다시 내려온다.


예전에 파리의 주요역들 사이를 운행하던

Chemin de fer de Petite Ceinture ("little belt way")의 흔적도 남아있다.


유람선 코스는 사이언스 파크가 있는 파리 외곽에서 끝이 난다.

배의 종점인 Parc de la Villette에서 내리거나

다시 10분을 되돌아와 Jaures역이 가까운 선착장에서 내릴 수 있다.


관광객들의 파리가 아닌, 생활인들의 파리를 보고 싶다면, 꼭 추천이다.

우리는 Jaures역 근처 선착장에서 내려, 점심 먹고, Buttes Chaumont 공원까지 한바퀴 돌았는데,

딱 좋은 반나절 코스였다.

나머지 코스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해야겠다.


생마르탱 운하 크루즈

www.canauxr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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