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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1510-11. 이집트 Egypt

(8) 카이로 요새와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by jieuness 2015.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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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붉은 피라미드에서 65미터를 오리걸음으로 오르락내리락 한 이후로

내 다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니였다.

마침 우리 숙소였던 친구네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

5층을 걸어다녀야 했는데, 올라갈 때는 손으로 허벅지를 끌어 올려야 다음칸을 디딜 수 있었고,

내려갈 때는 그 통증이 배가되어 차라리 눈물 찔끔 흘리며 종종 뛰어 내려가는게 나았다.

 

비록 거들지도 못하는 다리이지만, 마지막 하루를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카이로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스크인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에 갔다가

일찌감치 들어와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 충분히 쉬기로 했다.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역시 대중교통으로는 가기가 어려워

드디어 처음으로 카이로 택시를 탔다.

가짜 택시도 많고 (차 번호판이 주황색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요금을 속이는 일도 많다고 악명이 높은지라

택시에 오르며 조금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아주 호탕하고 좋은 택시 기사분을 만났다.

미터로 가냐고 물으니,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

요금도 친구가 말해준 것보다 적게 나왔다.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같은 모스크는, 

카이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이자,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게 눈에 띄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모스크는 카이로의 요새 위에 세워져 있어, 성벽 끝에 서면 이렇게 카이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은 모스크여서인지, 다른 곳보다 복장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다.

따로 스카프를 빌리지 않고, 내가 두르고 간 스카프로 머리카락을 감추는 정도로 별 문제가 없었다.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는 오토만 시대에 이집트를 통치했던 무하마드 알리의 명으로 지어졌다.

1830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848년에 완성이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의 정성과 수고로 지어진 곳인지 알만하다.

 

모스크의 안쪽 정원.

뒷편으로 보이는 공사중인 시계탑은 바로 프랑스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루이 필립왕이 무하마드 알리에게 선물로 보낸 것인데,

이에 대한 답례로 이집트에서는 룩소신전의 오벨리스크를 파리로 보냈고,

그게 바로 현재 콩코드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기대치 못한 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 내가 익숙하게 보고 지나던 곳과 얽힌 이야기를 만나니

다시금 세상이 좁게 느껴진다.

 

신발은 들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모스크 내부는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이다.

성당이나 모스크처럼 사람들이 기도하는 곳에 갈 때에는

되도록이면 그림자처럼 조용히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주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을

내 나름 존중의 표현이자 법칙으로 삼았는데,

이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진기를 자꾸 뻗게 된다.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가 위치한 카이로 요새에는

또 다른 크고 작은 모스크들과, 각종 박물관들도 함께 하고 있다.

 

 

요새의 한쪽은 군기지를 바라 보고 있고,

 

한켠에는 14세기 초에 지어진 알나지르 무하마드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모스크 안뜰 한쪽 벽에는 이렇게 영어로 이슬람교를 소개하는 큰 안내판이 있었는데,

이슬람교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문답형식으로 설명해 놓은 글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예쁘게 생긴 이집트 여학생들이 사탕을 주며

이슬람교에 관한 무료책자를 가져가겠냐고 상냥하게 묻는다.

책은 사양했지만, 그 소녀의 미소와 눈빛이 참 선하고 착해서,

요즘 특히 심화되고 있는 종교간 갈등도 결국 사람 간의 호의와 친절로 조금씩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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