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겨울 바람이 부쩍 쌀쌀하게 느껴질 때쯤이면
한국 거리에서 자욱한 김을 뿜으며 달큰하게 코를 맴도는 군고구마, 붕어빵, 찐빵 등등의 향이 그립다.
북미에서는 이때쯤 달고 느끼함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에그노그를 맛볼 수 있다.
우유, 설탕, 계란으로 만드는 에그노그는 아이들은 그대로, 어른들은 럼이나 브랜디 같은 것을 섞어 마신다.
비슷하게 프랑스에서는 이맘때쯤 카페마다 향긋하고 달큰한 뱅쇼
(Vin Chaud, '뜨거운 와인' - 진짜 발음은 '방쇼'에 가깝다)를 내놓는다.
예전에 크리스마스 즈음에 독일에 갔을 때에 길에서 파는 '글루와인'을 자주 마셨는데,
똑같이 레드와인에 과일, 설탕, 향신료 등을 넣고 한약 달이듯 뭉근하게 데운 음료이다.
어제 마침 친구들 몇 명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었는데,
연말파티 분위기에 맞춰 J는 럼을 넣은 에그노그를, 나는 뱅쇼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와인 두 병과 오렌지 두 개를 사 놓고 보니, 우리집 냄비에 다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꾀를 내어 전기밥솥 슬로우쿡 기능을 사용했는데, 대성공이었다.
재료: 와인 (제일 싼 걸로) 두 병, 오렌지 두 개, 생강가루 1숟갈, 계피가루 1숟갈, 설탕 종이컵 1/2~1컵
전기밭솥에 와인 두 병을 탈탈 털어 붓고,
오렌지 2개는 껍질을 박박 닦고 얇게 슬라이스 해 넣는다.
여기에 생강가루 1숟갈, 계피가루 1숟갈 넣고,
설탕은 취향껏 1/2~1컵을 넣는다.
나는 너무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반컵만 넣었다.
슬로우쿡으로 1시간 맞추고 취사버튼 누르면 너무나 손쉽게 완성이다.
J가 "Vin Chaud Station" 간판까지 만들어 붙여주니 아주 그럴듯 하다.
꿀과 얇게 썬 귤을 함께 놓아 취향껏 더하도록 했다.
소주, 맥주, 와인, 에그노그 등등 갖은 주류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었던 뱅쇼.
외국 친구들은 다들 한국 밥솥이 최고라며 탐을 낸다.
친구들이 떠난 후 솥을 열어보니 오렌지만 쓸쓸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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