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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1606. 로마, 바티칸 Rome & Vatican

(1) 로마 여행의 제일 목적 달성 - 교황 알현행사 참석

by jieuness 2016.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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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로마 여행은 순전히 내 고집 때문에 시작되었다.

부모님이 유럽에 와 계시는 동안 다른 도시를 여행해 보자 했는데,

아빠는 런던이 파리에서 가깝고 가기도 쉬우니 계획을 짜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처음부터 꿍꿍이가 있었다.

바티칸에 가서 교황님을 뵐 포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매주 수요일 아침 Papal Audience, 즉 교황님 알현행사가 있고,

전날이나 당일 아침 일찍 표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원래 수요일 오후에 로마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것을

교황님을 뵐 마음에 화요일 밤 도착으로 당기는 것까지는 가능했는데, 입장권이 문제.

서신이나 팩스로만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아직 시간 여유는 있으니 바티칸으로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www.papalaudience.org/tickets 에서 양식을 다운받아 채우고,

안내된 주소로 편지를 보냈는데, 세상에나, 일주일도 안되어 이렇게 답장이 도착했다.

자리가 예약되었으니, 행사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근위병 사무실에서 표를 수령하라는 내용.

결국 표를 다시 받으러 가야 한다는 건 실망스러웠지만,

그때는 바티칸에서 온 이 편지 덕을 얼마나 보게될지 모르고 그랬다.

 

교황님을 뵙는 것이 가장 우선 목표였기에, 숙소도 성 베드로 광장에서 300미터 거리에 잡았다.

드디어 알현행사 당일 아침, 7시부터 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서둘러 새벽 6시를 조금 넘겨 나갔는데, 이미 광장 주변에 인파가 대단하다.

게다가 줄 하나는 성 베드로 광장 중앙 입구에 길게 늘어져 있고,

다른 줄 하나는 광장 옆쪽 성 안나 성당 근처에 늘어져 있어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답도 제각각이고.

결국 성 안나 성당 옆에서 문을 지키고 있는 스위스 근위병을 붙잡고 물어보니,

이 앞 (베드로 광장 옆쪽 입구)에서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7시가 넘어가자 드디어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드로 광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생긴 검색대 중 하나를 지나야 하는데,

어느 검색대에 줄을 서야 하나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마침 가장 안쪽 검색대가 열려 거기에 줄을 섰다.

이곳에서 바티칸발 서신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표 검사를 하는 봉사자가 편지를 보더니 별말 없이 우리를 지나가게 해준 것.

덕분에 표를 따로 받아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더욱 신이 났던 건 안쪽 검색대는 광장의 제일 앞쪽 자리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우리보다 더 빨리 검색대를 지나간 사람들 보다도 훨씬 앞쪽으로 가서 앉을 수 있었다.

중간에 경호원이 잠깐 우리를 세웠지만, 이때도 바티칸 서신 덕분에 별 문제 없이 통과. 

 

앞에서 네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성 베드로 성당 앞에 작은 지붕이 쳐져 있는 곳이 곧 교황님께서 앉으실 곳이다.

 

 

행사 시작 두시간 반 전.

이미 광장이 꽉 찼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전날까지만 해도 선선했다는 날씨가 돌변해 폭염이 시작되어

아침 시간인데도 땡볕이 굉장했다.

어떤 여자분은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휠체어를 타고 실려나가기도.

 

사실 알현행사의 가장 명당자리는 이 통로 좌석이라고 한다.

뒷편이라도 통로쪽에 있으면, 교황님이 행사 전후에 지나가시면서

손도 잡아주시고, 아기들에게 강복도 주시기 때문.

심지어 미리 주케토를 준비해 가면 교황님이 본인 것과 바꾸어 주시기도 한다!

 

한 시간, 두 시간 지나 설레임 반, 지침 반으로 기다리는데,

행사시작 시간을 2-30여분 남겨 두고 갑자기 광장 한구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린다.

더위를 걱정하셔서였을까, 일찍 나타나신 교황님.

 

 

성 베드로 광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니시며 한마음으로 '파파'를 외치는 신자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신다. 

 

수요 교황 알현행사는 성경말씀 봉독, 교황님 말씀, 교황님 강복 순으로 진행된다.

교황님을 선두로, 여러 주교님들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반복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성 베드로 광장은 놀랍도록 조용하다.

여기저기서 카메라만 불쑥 올라왔다 내려갔다 한다.

 

40여분의 말씀시간이 끝나고 교황님께서 다시 한 번 광장을 돌며

신자들에게 강복을 주신다.

 

특히 교황님 자리 근처 가까운 곳에는 대부분

장애인 신자들과 그 가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일일이 다 입맞추시고 인사하신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축복을 나누어 받는 것 같다.

 

 

겸손함과 낮은 자세로 소통과 이웃사랑의 표본을 보여주고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기는 실로 대단해서,

교황 알현행사 참석 인원 수도 부쩍 늘었고, 더불어 바티칸 근처 동네마다 호황이라

'프란치스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그분의 특별함, 그건 묵상거리로 두고두고 생각해볼만 하다.

교황님을 뵙기 전, 더 많은 기도로 준비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Viva il Papa 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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