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가 바티칸 바로 옆이라 그 근처에서 식사 장소를 계속 찾았는데,
대부분의 식당들은 관광객들만 북적거리고 (관광지역이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왠지 그런 곳들은 선뜻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영문 가이드북에서 찾게된 식당.
처음에는 위치가 가까워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리뷰도 괜찮은 것 같았다.
금요일 저녁에는 식당이 예고 없이 문을 닫아 한번 허탕을 치고,
떠나는 토요일 오후에 다시 찾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자칫하면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식당이다.
안에 테이블도 몇 개 없고. 가정적인 분위기의 소박한 식당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이내 따끈한 빵과 잼이 나왔는데,
잼은 집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고, 빵도 바삭거리는 것이 이태리에서 먹은 빵중 제일이었다.
영어를 잘 못하시는 주인 아주머니는 비장의 무기, 휴대폰을 가지고 와
구글번역기로 그날의 메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그 열정과 친절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는 오늘의 메뉴 중 하나를 시키셨는데,
사실 뭔지 잘 모르고 주인의 적극 추천만 믿고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부에노'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맛.
이탈리안 햄으로 생선을 감싸서 구운 후에 레몬 소스를 곁들였고,
구운 가지도 따끈했다.
나는 로마에 오면 실망하더라도 한번은 먹어야 한다는 까르보나라를 주문.
까르보나라는 원래 로마가 고향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달걀, 치즈만 가지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던 서민음식이라고 한다.
우리는 폭 익은 면에 크리미한 소스가 잔뜩 묻은 까르보나라에 익숙하지만,
사실 이렇게 뻣뻣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게 진짜 까르보나라라고.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엄마가 시킨 토마토소스 파스타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맛을 한번 보라며 우리식의 반찬처럼 내어주신
토마토 소스에 볶은 콩과 야채가 감동이었다.
이태리에서는 테이블에 올라온 빵이나 버터, 치즈, 올리브 등등을 먹으면
1인당 추가비용이 붙어서 처음에는 계산서를 보고 놀랐었다.
이곳 식당에서도 빵이며, 잼이며, 반찬이며 막 주시기에
추가비용이 꽤나 붙겠군...하고 생각했는데,
왠걸, 다른 식당에서 늘 1인당 2.5-3유로씩 더 냈었는데,
여기서는 한명에 1.5유로씩, 총 4.5유로를 낸 것이 전부였다.
디저트로 먹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도 아주 굳.
주인 아주머니가 주문과 서빙을 맡고,
그분의 언니나 어머니 정도로 추측되는 분이 주방에서 요리를 맡고,
단 두명이서 운영하는 우리식으로 치면 가정식 식당.
바티칸 근처에서 식당마다 으레하는 호객행위에 지쳤다면, 꼭 찾아볼 곳이다.
Borgo Antico
21 Borgo Pio, R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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