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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1906. 밀라노, 파르마, 친퀘테레

라스페치아 식당 Osteria All'Inferno

by jieuness 202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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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마에서 가장 이탈리아답다 생각되는,

단순해 보이지만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만으로 맛을 내는 음식을 먹은 후라

나머지 일정에서는 먹는 것에 크게 욕심이 나지 않을...예정이었지만,

이탈리아는 어디 가나 이탈리아.

맛집 옆에 맛집, 그런 느낌이다.

게다가 라스페치아는 항구도시이니 해산물까지 풍부하다.


내가 미리 찾아둔 식당은

오스테리아 알 인페르노.

1905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성업 중인 이유가 분명 있을 터.

우리는 이틀 연속으로 찾아갔다.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해서 문 열기 10분 전에 미리 가서 기다렸다.


지하로 내려가면 식당이 나오는데,

우리가 첫 손님인데도 이미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


식당은 크지 않다. 우리가 식사 주문할 때 쯤 빈자리 없이 꽉 찼다.


메뉴도 간단하다.

고정 메뉴가 있고, 날마다 새로운 메뉴는 손으로 적혀 있다.


위에서부터 페스토 타글리아텔레,

황새치가 들어간 먹물 타글리오리니,

각종 콩이 들어간 걸쭉한 수프이다.

특히 페스토는 같은 리구리아 지역의 수도인 제노아에서 유래했는데,

식당 전체 테이블마다 페스토 파스타가 빠진 곳이 없다.


자극적이지 않고, 이탈리아 할머니가 해주신 맛 같달까.

간단하지만 푸근한 맛. 화려하지 않지만 기운이 꽉꽉 채워지는 맛이다.

파스타, 수프 모두 엘리 입맛에도 딱.


식전빵도 쫄깃하고 맛있어서 엘리가 끝까지 하나 쥐고 나왔다.


이튿날은 내 생일이었는데,

전날 식당에서 못 먹어본 메뉴들이 아쉬워서 다시 한 번 찾아가기로 했다.

전날 다 떨어져서 못 먹은 미네스트로네 스프.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프로 야채만으로 끓였는데

해장할 때처럼 어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진득하고 깊은 맛.


새우 펜네 아라비아따.

말해 뭐해. 딱 아는 맛. 그래서 더 맛있다.


이 식당을 두 번 간 결정적 이유는 이것.

라스페치아에서 유명한 앤쵸비를 바삭하게 튀겼다.

이것 또한 말해 뭐해.

바사삭 와사삭 짭짤 고소 앗 뜨거.

어렸을 때 강원도 가는 길에 먹었던 빙어 튀김 생각이 난다.


여행객들보다 나이 지긋이 든 이탈리아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이 많았던 곳.

진정한 맛집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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