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서 꼭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동네 시장이다.
유럽에서 시장은 보통 12-1시면 닫기 때문에,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전날 라스페치아를 한바퀴 돌아볼 때 봐두었던 시장.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시장에 갈 때마다 신선하고 (파리에 비교해) 저렴한
먹을거리를 살 수 있어 항상 팔이 아프게 바리바리 들고 숙소로 돌아오게 된다.
아직 잠이 덜 깬 엘리 손을 잡고 아침 식사거리를 사러 출발.
8시반 정도였는데 가게들은 다 열었고, 세상에 모든 색이 다 모인듯 화려하다.
천장이 있는 반 야외 시장이었는데,
해산물, 야채, 과일, 치즈, 정육 등 품목별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여기는 치즈 골목.
프랑스가 치즈의 나라라지만, 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치즈도 참 좋아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부라타, 모짜렐라처럼 우유와 크림맛이 강하면서
쫄깃한 텍스쳐의 치즈가 내 취향에 맞는다.
먹어보고 싶은 치즈가 너무나 많은데,
그중에 계속 눈에 띄었던 치즈를 드디어 구입했다.
훈제된(affumicata) 스캄모르짜 치즈이다.
치즈 가게를 구경할 때마다 오렌지빛에 훈제향이 나는 이 녀석이 궁금했다.
예전에 베니스에서 샀던 말린 페퍼론치노 고추도 다 떨어져
이번 이태리 여행에서 꼭 사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각종 건조식품과 양념류를 파는 가게가 있어 물어봤더니
비밀스럽게 밀폐용기를 하나 꺼내신다.
몸짓으로 한 주먹 정도 달라고 했는데, 1유로도 채 안되는 가격에 놀라서
한 주먹 더 달라고 했다.
시장에서 과일, 치즈, 올리브, 페퍼론치노를 사고 길 건너에 있는 빵집에 들렸다.
아침에 갓 구운 빵에, 안티파스티, 파스타 등도 팔고 있었는데 다 맛있어 보여서
오후에 일정이 없었으면 여기서 이것저것 잔뜩 사다가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싶었다.
주인 할머니가 얼마나 친절하시던지.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엘리를 온 표정으로 예뻐하시며 아주 부드러운 빵 하나를 쥐어주셨다.
그라치에를 연신 외치며 나왔다.
빵 덕분에 잠도 깨고, 기분도 최고.
금방 먹을 것만 조금 사오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만큼이나 사왔다.
덕분에 건강하고 풍성했던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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