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ey III (April 2015~)/자투리 여행 And more...

샹파뉴의 수도, 랑스(Reims) 샴페인 투어 (2022년 8월)

by jieuness 2023. 3. 30.
반응형

아이슬란드 여행 후 파리로 함께 돌아온 동생과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샹파뉴(샴페인)의 수도라고 불리는 Reims에 가보기로 했다.

 

샹파뉴 혹은 샴페인은 유럽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명칭으로,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재배된 피노 무니에, 피노 누아, 샤도네 세 종류의 포도만 사용해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 생산까지 반드시 샹파뉴 지역에서 다 이루어져야 샹파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샹파뉴 지역의 수도인 Reims에는 샹파뉴 와인을 생산하는 샤또들이 모여있는데,

그 중 하나를 방문하고 싶어 미리 알아보았더니 

가장 유명한 샤또들 - 돔페리뇽이 나오는 모엣샹동, 부브 클리코 (Veuve Clicquot), 테팅제 (Taittinger), 로랑 페리에 (Laurent Perrier)등은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었다.

그래서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샤또 건물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보아젤 (Boizel)이라는 곳을 찾아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다.

 

파리에서 두 시간을 운전해 Reims에 도착했다.

보아젤 샤또가 위치한 Avenue de Champagne는 말 그대로 샹파뉴 샤또들이 다 모여있는 길이었다.

길 양쪽으로 다 역사가 오래된 샹파뉴 샤또들이다.

샹파뉴의 길 중간에 위치한 Boizel 샤또에 도착.

앞마당에 들어서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샤또를 보니 잘 찾아왔구나 싶다. 

예약해 놓은 투어시간이 되자 우리 다섯명과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한 커플이 모였다.

1834년 오귀스트 보아젤(August Boizel), 줄리 마탕(Julie Martin) 부부가 

가족의 이름을 따서 보아젤-마탕 Boizel-Martin 샴페인 하우스를 만들었다.

이후로 지금까지 보아젤 가족이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시대가 변화하며 샴페인 생산에도 새로운 기술들을 들여와 예전과는 다른 양조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와인 제조에 사용되는 대형 스테인레스 통과 숙성용 오크통들이다.

가이드가 알려주길 마침 우리가 방문한 다음날이 포도 수확 첫 날이라

이 통들이 내일부터 다 바쁘게 돌아갈 거라고 알려주었다.

포도 수확이 시작되면 도시 전체가 외지인, 특히 동유럽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하는데,

새벽에 버스를 타고 랑스에 도착해 몇달동안 포도밭에서 숙식을 하며

손수 포도를 따는 일을 한다고. 

옛날에 우물이 있었던 자리는 유리로 보존되어 있다. 

샤또 지하에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꺄브가 있는데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며 실시간으로 차가워지는 온도가 느껴진다. 

이 지하 꺄브에는 최근에 만들어진 샴페인 뿐만 아니라

오래된 빈티지들도 보관되어 있다.

가장 깊숙한 곳에는 보아젤 가족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굳게 잠긴 쇠창살 속 방이 있는데,

무려 1834년도 창립년에 만들어진 샴페인도 보관되어 있다.

아마 이미 안은 식초가 되어 있을거라고 생각되지만,

뜯지 않았기 때문에 무한한 가치를 가지는 한 세기 이전의 샴페인들.

여담으로 보아젤 가족들은 특별한 날에 그 방에서

태어난 연도나 기념할 만한 연도의 빈티지 샴페인을 꺼내 마신다고 한다.

 

와인 투어의 마지막에는 늘 와인 시음이 있다.

여기서는 두 종류 샴페인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 어린이들은 와인은 못 마시지만 색칠놀이가 준비되어 있어 잠시 집중 중.

덕분에 빈속에 샴페인 두 잔을 즐겁게 비웠다.

투어가 끝나고 하우스 샴페인을 판매하는 아뜰리에 1834로 향했다.

보아젤의 다양한 빈티지와 종류의 샴페인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이건 우리가 특별한 날에 마시자 하면서 구입한 샴페인.

안틱 파틱이라는 브랜드와 협업해 만들어진 레이블에

딱 내 취향의 스카프까지 들어있다.

이 날 보아젤 샤또 투어 이후에 파리에 돌아와서도 종종 일부러 이곳의 샴페인을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가족 안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노하우와 고집으로 만들어진 샴페인임을 알고 나니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샤또의 샴페인들도 그냥 비싼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누군가의 정직한 노동, 정성이 담긴 와인으로 보인다.

 

아베뉴 드 샹파뉴를 따라 걸어내려가다 보니 

모엣샹동 본사가 있어 잠깐 들어가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샴페인이라고 하면 역시 돔페리뇽을 들 수 있겠다.

돔페리뇽은 베네딕토회 수도사로, 와인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인데

와인에 생긴 버블을 보존할 수 있게 바틀링하고 기존의 나무 대신 코르크로 병 입구를 막는 등의 기술을

마스터한 와인의 장인이었다.

원래 메르시에라는 샴페인 샤또에서 사용하던 돔페리뇽 브랜드는

메르시에와 샹동 가문이 결혼하게 되며 샹동으로 선물되었다.

지금은 돔페리뇽과 모엣샹동 샴페인이 각자의 라인업으로 생산되고 있다.

 

샤또 투어는 예약이 다 차서 못했지만

짧게 플래그쉽 스토어와 본사 로비를 둘러보고 나왔다.

블링블링한 샵 안에는 모엣샹동 샴페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굿즈도 판매하고 있었다.

모엣샹동 샴페인은 파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굳이 살 필요는 없었지만,

스페셜 에디션으로 나온 샴페인 잔들은 좀 탐이 났다.

 

여기는 또 다른 샴페인 샤또인 로랑-페리에 정원에 있는 식당 겸 바이다.

우리는 랑스 시내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다음에는 여유있게 샴페인과 식사를 하고 싶은 공간이라 기록에 남겨두었다.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랑스는 꼭 한 번 가보아야 할 도시이다.

그냥 마시는 것과 눈으로 보고 배우고 마시는 건

아무리 와인 한 잔이라도 기분과 태도가 달라지게 만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