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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자투리 여행 And more...

야경으로 특별해진 세 번째 몽상미쉘 여행

by jieuness 201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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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몽상미쉘 방문이 J에게는 네 번째, 나는 세 번째였다.

자칫 지루했다는 소리가 나올법도 한 여행이 특별했던 건,

우리 둘 다 처음으로 몽상미쉘 야경을 보았기 때문.

 

저녁식사를 하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느즈막히 차를 몰고 몽상미쉘로 향했다.

그런데 얼떨결에 승용차는 우회전을 해서 공용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갈림길에서

버스전용길로 직진을 해버렸는데, 이게 신의 한수가 될줄은.

차 한 대 없는 도로를 달려, 아무 제지없이 성 문턱까지 가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보게 된 몽상미쉘 야경.

 

보통 당일치기 일정으로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야경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낮에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도둑 주차를 한 것 같은 기분에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성문이 열려 있는 참에 얼른 들어갔다 오기로 했다.

몽상미쉘의 묘미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과 계단.

비좁은 통로들도 많고 계단도 대부분 가파르기 때문에 걸음걸음 조심해야 한다.

 

인적이 드문 골목마다 후하게 가로등도 켜져 있고,

 

낮에는 관광객들로 꽉 차 있는 길이 이렇게 텅 비었다.

 

다음날 아침, 이번에는 제대로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몽상미쉘로 향했다.

 

지난밤과는 또 다른 느낌.

 

몽상미쉘은 8세기경 미카엘 대천사가 아브란치의 오베흐 주교에 나타나

이 돌섬 위에 교회를 지으라고 명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베흐 주교는 계속 천사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결국 미카엘 대천사가 주교의 두개골에 손가락을 넣어 태우고 나서야 성전을 짓기 시작했다고.

아브란치 대성당에 가면 구멍이 난 오베흐 주교의 두개골 유해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후 긴 세월동안 섬은 점점 요새화 되고, 수도원이 자리 잡으면서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특히 100년 전쟁 동안 영국이 끝내 함락시키지 못한 견고한 요새 역할을 했고,

더 최근에 와서 19세기에는 감옥으로도 쓰였다.

 

몽상미쉘의 하이라이트인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

계단이 가파르고 끝이 없다.

나이 드신 분들이 중간중간에 쉬며 가쁜 숨을 내쉬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올 때마다 점점 세련되어지는 매표소를 지나 수도원에 들어서면

대성전부터 시작된다.

 

소박하게 꾸며진 안뜰.

 

수도사들이 식사를 했던 곳.

한쪽 벽에는 지금도 그으름이 남아 있는 거대한 난로터가 있다.

 

이밖에 크고 작은 방들 - 경당, 기도실, 물레방아 (섬밖에서 물자를 공급받던 수단) 등등 -을 따라

한시간 여 정도면 수도원 구경을 마칠 수 있다.

 

언제 또 몽상미쉘을 찾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의 교훈 중 하나는 꼭 야경을 봐야 한다는 것.

 노르망디 어디에선가부터 걸어서 몽상미쉘까지 가는 순례여행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언젠가는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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