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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III (April 2015~)/2212. 베르가모, 밀라노, 제노바

이탈리아의 숨겨진 작은 보석 같은 도시, 베르가모 (Bergamo)

by jieuness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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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파리-제노바행 비행기를 끊어놓고 제노바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프랑스 남부까지 가볼지,

이탈리아 안에서 남쪽 혹은 북쪽으로 움직일지 구글맵을 열어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J가 고른 도시, 베르가모 (Bergamo).

처음 들어본 곳이지만 믿고 가는 이탈리아이기에 특별한 사전조사 없이 베르가모 근처에 숙소를 2박 잡았다. 

 

베르가모는 윗동네 (시타알타 Città Alta), 아랫동네 (시타 바사 Città Bassa)로 나뉘는데

옛 도시의 중심이었던 시타 알타와 모던한 시타 바사는 같은 도시 안에서 상반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Citta Alta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역

게이트 옆 창구에 가서 어른 둘에 아이 둘이라고 하니 네 명이 1일 동안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있는 9유로 짜리 표를 추천해 주셔서 구입했다. 

아랫동네인 시타바사에서 출발
윗동네인 시타알타에 도착

시타 알타에 도착해 푸니콜라레역을 벗어나자마자 '와, 좋다!'하는 소리가 나왔다.

푸니콜라레가 타임캡슐이었던 것일까. 자갈돌로 덮힌 좁은 골목들로 채워진 중세시대의 한 도시에 도착한 듯한 시타 알타.

방금까지 보았던 넓고 번화한 현대의 시타 바사와 너무나도 달라서 마치 시간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실리카와 이어져 있는 카펠라 콜레오니.

중세시대의 요새를 품은 윗동네에 왔으니 뷰를 감상해야 하는 건 필수이다. 

쌀쌀하지만 화창했던 날 덕분에 북쪽의 산맥과 산 아래 도시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점심 식사를 할 곳으로 찍어둔 식당이 있었는데 (Osteria La Gallina Fumante) 가보니 예약이 다 차 있다고.

(특히 주말에는 식당 예약이 필수이다!)

할 수 없이 부랴부랴 다른 곳을 찾았다. 

Antica Trattoria La Colombina

식당에 들어서니 친절한 직원분이 곧장 예약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더니 난감한 표정.

마침 비는 부슬부슬 오기 시작하는데, 여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우리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어차피 애들 때문에 식사 오래 못한다고 빨리 먹고 나가겠다고 어필을 했고, 다행히 한 시간 안에 먹고 비워줘야 하는 테이블을 받을 수 있었다. 

 

지체 없이 직원이 추천해주는 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애피타이저로는 로컬 치즈와 햄

애피타이저로 시킨 베르가모 지역의 모듬 햄과 치즈는 쫄깃한 빵과 어울려 맛있었다.

숟가락이 꽂혀 있는 노란색 주먹밥 같은 것은 폴렌타인데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 지역에서 사이드로 즐겨먹는 음식이다.

옥수수가루로 만든 뻑뻑한 죽 같은 느낌인데, 베르가모에서는 폴렌타 타라그나 (polenta taragna)라고 해서 메밀을 섞어 어두운 색을 띄는 폴렌타를 먹는다고 한다. 

단호박 뇨끼와 버섯 파르파델레

파스타를 먹는 첫번째 메인 코스인 프리미(primi)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뇨끼와 남편이 좋아하는 넓은 파스타인 파르파델레를 시켰다.

각각 단호박과 버섯이 들어갔는데, 간단해 보이는 한 두가지의 재료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니!

잘 만들어진 이탈리아 음식을 먹다보면 요리의 8할은 재료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육류나 해산물이 들어간 두번째 메인코스인 세콩디(secondi)로는

brasato라고 하는 비프 로스트와 베이컨으로 감싸 푹 쪄낸 돼지고기를 시켰다.

둘 다 폴렌타가 곁들여져 나와 든든한 식사가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식당을 나서기 전 둘러보니 식당 안쪽에 베르가모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었다.

날이 추워 아무도 없었는데, 아마 따뜻할 때 특별히 테라스 테이블을 예약해서 식사를 하면 참 근사할 듯 하다.

 

 

베르가모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폴렌타 에 오세이 (polenta e osei).

이름과 다르게 사실 폴렌타 (옥수수가루)는 들어가지 않지만, 스폰지 케익을 아몬드반죽인 마지판(marzipan)으로 감싸고 그 위에 폴렌타 같이 생긴 노란색 설탕을 덮어 만든 디저트이다.

우리 입맛에는 굉장히 달아서 작은 사이즈로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식사 후 베르가모 아랫동네로 내려와 걷다가 아이들이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는데,

마침 고풍스러워 보이는 카페를 한 곳 찾았다.

Caffetteria Balzer 1850

알고보니 베르가모에서도 아주 유명한 디저트 가게 겸 카페였는데,

미리 주문해 놓은 큰 케익이나 파이 등을 픽업해 가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위에서 말한 폴렌타 에 오세이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바삭한 카놀리 (Cannoli)에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아주 진한 핫초콜렛도 주문했다.

이탈리아 디저트 답게 꽤나 달았지만, 고급스러운 맛의 디저트들이라 모두의 기분이 좋아졌다.

 

베르가모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숙소로 돌아가기 전 저녁에 먹을 음식을 사러 근처에 있던 치즈가게에 들렸다.

Ol Formager
Ol Formager라는 곳이었는데, 치즈를 주로 판매하지만 생파스타, 햄, 반조리된 식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

맨 아래 보이는 것이 스카피노치(scarpinocc)라는 파스타인데, 베르가모가 있는 롬바르디 지역의 파스타이다.

'신발'이라는 뜻의 scarpa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이 파스타는 만두처럼 속이 채워져 있는데, 베르가모 지역에서는 호두가 채워진 스카피노치를 즐겨먹는다고 한다. 

가게 아저씨께 어떻게 먹으면 되냐고 물으니 스카피노치를 데쳐 버터를 두른 팬에 살짝 볶다가 파르마지아노 치즈 가루를 듬뿍 올리면 끝이라고.

그래서 버터와 파르마지아노 치즈 가루도 함께 구입했다.

슈퍼에 들려 구입한 문어샐러드와 앤초비튀김, 아란치니까지 더해져 풍성했던 저녁식사.

이탈리아만큼은 꼭 부엌 있는 숙소를 찾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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