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로의 주말여행은 내 아이디어였고, 거기에 베니스를 가보고 싶다고 한 건 의외로 J였다.
둘 다 아직 가본 적이 없고, 또 관광객들이 몰리는 철은 피하고 싶어
이번에 베니스까지 들려보기로 했다.
볼로냐 공항에서 베니스는 차로 1시간 반정도 소요된다.
베니스에서 묵을 숙소를 고를 때, 나는 으레 베니스 내에 있는 호텔을 찾고 있었는데,
J 말로는 베니스에 인접한 도시인 Mestre에서 묵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는데,
특히 차로 여행하는 경우 베니스 내에 묵는 건 여러모로 비추천이다.
첫째, 베니스에는 섬 초입에 공영주차장 한곳이 있는데 베니스 섬 안에는 차도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이곳에 주차를 하고 걷거나, 수상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둘째, 이 공영주차장은 주차료가 무려 30유로. 심지어 자정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밤 11시에 주차를 해도, 자정이 넘으면 추가 30유로가 붙는다.
이에 비해 우리가 묵은 Best Western 호텔의 경우,
Mestre역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베니스의 산타루치아역까지 가는 기차가 10분 간격으로 있고,
요금은 단돈 1.25유로 (호텔에서 구입 가능), 그리고 15분 내로 베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 요금도 24시간에 10유로로 저렴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곧바로 기차를 타고 베니스로 가는 길.
5시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해는 수평선 아래로 떨어졌고 하늘은 온갖 파란색을 다 담고 있다.
베니스의 산타루치아역.
이곳부터는 걷거나, 수상버스 혹은 수상택시뿐.
수상교통도 말 그대로 큰 물길만 오갈 뿐이니, 결국 내 다리에 의존해야 한다.
겨울의 베니스는 조금은 황량하다.
불 켜진 집보다는 꺼진 집이 많고, 길고 휘황찬란했을 여름밤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인파를 따라 중심가를 걷기 시작했다.
라벤더 제품을 파는 한 가게는 유리창 너머로 향긋함이 전해지는 듯 하고,
곳곳에 위치한 가면 가게들은 그 오색빛깔과 화려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가끔씩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어김없이 거리의 악단이나, 마술 등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이 있고,
연말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잊을만 할쯤 한번씩 보인다.
차가 없는 거리에서 느껴지는 안락감은 생각보다 크다.
나를 향해 돌진하는 것도, 귓가를 울리는 소음도, 오직 사람뿐이라 다 정겹게 느껴진다.
냉랭한 바람에 손님 없는 곤돌라는 고이 쉬고 있는데,
그 아래로 옥빛 물길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수많은 수로와 다리를 건너 낯선 밤의 베니스를 누비며
결론은 한가지. 두 다리가 튼튼하니 이것만으로도 감사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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