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찾은 산마르코 광장은 이미 인적도 드물고 광장을 에워싼 건물들 사이의 맞바람이 꽤나 차다.
광장의 한편에는 성 마르코 대성당이 밤에도 감출 수 없는 화려함을 뽐낸다.
그리고 캄파닐레.
이 산마르코 광장을 유독 기대했던 건 여행 전 읽었던 불문학자인 김화영 교수의 책 때문이었다.
프로방스로의 여행을 담은 책인 "여름의 묘약"에는 짧게 베니스에 머무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과 김화영 교수의 자상한 설명이 덧붙여져
다른 건 몰라도 캄파닐레는 내 눈으로 꼭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차있었다.
"아침 10시, 메이드가 들어와 내 호텔방의 덧문을 열어줄 때면
나는 산마르코 캄파닐레의 황금빛 천사가 불타오르는 듯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루스트가 보았던 그 황금빛 가브리엘 천사를 무척이나 기대했고,
어느깨에 호텔이 있었기에 아침마다 이 아름다운 종탑을 볼 수 있었을까 광장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노쇠한 탑은 1902년에 저절로 쓰러지고 말았고,
그로부터 10년 후, 그리고 탑이 처음으로 세워진지 딱 천년만에 마르코 성인의 축일에 새로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옛날 자리에 옛 모습 그대로'라는 별명이 붙은 이 종탑은
베네치아인들의 자부심이라는 김화영 교수의 설명이다.
내 장황한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J도 캄파닐레는 사진에 담고 싶었던 듯.
일요일 아침에 산마르코 광장을 찾았을 때, 대성당에는 들어갈 수 없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성당 주변을 돌다 보니 옆문이 열려 있었다.
미사를 드리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경비원 말에 이른 아침에 미사를 이미 드렸지만 머리를 끄덕이고 입장.
성 마르코 대성당 내부는 겉모습에 상응하게 아름답다.
미사가 거의 끝날 즈음이라 짧게 머무르는 동안
종교가 곧 생활이고, 삶은 곧 신앙이었기에 지어질 수 있었던 이렇게나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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