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즈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대표 음식이 포보이(Po-hoy)이다.
Po-hoy는 Poor boy의 뉴올리언즈식 사투리이다.
이 음식의 기원에 대한 스토리는 많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20세기초 루이지애나의 한 도시에서 전차 운전수들이 파업을 했는데,
이때 전직 전차 운전수이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한 형제가 옛 동료들을 위해
무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파업중인 동료들을 농담처럼 "poor boys"라고 이른 것이, 지금 먹는 포보이 샌드위치의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고.
원래는 아주 소박한 샌드위치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변형과 다양화를 거듭해
지금은 가난한 소년들이 먹기에는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샌드위치가 되어버렸다.
나와 J가 각자 한곳씩 유명한 포보이집을 찾았는데, 두 곳 모두 아주 만족스러웠다.
1. Parkway Bakery & Tavern
이곳은 내가 우연히 읽은 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에서 알게된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카트리나 참사 10주년을 맞아 뉴올리언즈를 방문했을 때,
스피치 서두에 "공항에서 곧장 Parkway Tavern으로 가 포보이를 먹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언급한 것.
찾아보니 실제 작년 8월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주문, 계산, 픽업까지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계산을 할 때 현금이 모자라 백악관 직원에게 20불을 빌렸다는 상세한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식당 벽 한쪽에는 카트리나 전후의 식당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 있었다.
카트리나 당시에 상당한 피해를 본 이 식당은, 이후 기존보다 지면에서 더 높게 지어졌다고 한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이 픽업 창구에서 이름을 부른다.
자세히 보면 벽 우측 하단에 오바마 대통령 사진도 볼 수 있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J는 바에서 로컬 맥주를 사왔다.
포보이와도 잘 어울린다.
드디어 나왔다.
이게 정말 잊을 수 없게 맛있었는데,
고구마 튀김에 아주 진한 소고기 스튜같은 그레이비가 얹어져 나온다.
정말 반드시 먹어야 하는 강추 메뉴이다.
이건 일반적인 새우튀김이 들어간 포보이.
이건 가재튀김이 들어간 포보이이다.
처음 한입 먹는 순간 홀딱 반하는데, 그것도 잠시 세입 정도부터 느끼함에 몸부림쳤다.
하나는 튀김이 없는 샌드위치를 시켰으면 더 좋을뻔 했다.
자기는 별로 안 느끼하다며 내꺼까지 맛있게 드신 분.
식사 중에 옆에 앉은 동네 주민이 이곳은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어온다.
내가 설명을 했더니, 시내에서 꽤 거리가 있고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도 멀어
대부분 뉴올리언즈 사람들만 찾는 곳이라는 것.
내가 이거 먹으려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왔다고 했더니 막 웃는다.
2. Mahony's Po-boy Shop
여기는 J가 찾은 곳이다.
Garden District에 위치하고 있는데, 마침 구경을 가보고 싶었던 동네라 잘 되었다 싶었다.
덜컹덜컹 전차를 타고 출발.
Garden District는 옛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맨션들이 대거 남아 있는 지역인데,
길을 걷다보면 옛 영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차에서 내려 집 하나하나의 독특한 건축 양식과 장식을 구경하다 보니 식당에 금새 도착했다.
언뜻 걷모양은 가정집 같다.
점심시간이라기엔 늦은 때에 찾았는데, 사람이 북적대며 많았다.
검보로 시작.
오잉, 왠 기름 둥둥 뜬 국물에 흰밥 한 공기 말아왔나 했더니
따끈하고 매콤한 것이 맛있었다.
뉴올리언즈 3일째, 더 이상 튀김은 그만! 이라고 외치던 내가 어쩔 수 없이 또 걸려든
녹색토마토튀김. 뉴올리언즈 사람들은 정말 튀김의 신 같다.
어쩜 이렇게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을 만드는 건지.
J가 시킨 포보이는 사진을 못 찍었고 (아마 J가 흡입해 버렸던 듯)
이건 내가 시킨 포보이였는데, 메뉴에서 "프리미엄"이라고 붙어 있던 샌드위치 중 하나이다.
J는 이런 고급 샌드위치는 진정한 포보이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안에 들어간 부드러운 소고기, 루꼴라, 양파칩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무슨 대회에서 상을 받은 메뉴라는데 정말 그럴만 하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더 다양한 종류의 포보이를 먹어보고 싶었다.
뉴올리언즈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찾는다는 편하고 쉬운 음식.
꼭 시원한 맥주와 함께 드셔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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