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여행은 떠나기 5일전쯤 내가 즉흥적으로 추진한 것이었는데,
사실 부르고뉴로 가서 와인투어를 하는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은 황량한 포도밭만 펼쳐져 있을테고
방문객이 많지 않은 한산한 철이라 와인 도망(domaine)들도 닫은 곳이 많았다.
결국 이틀전에 '그럼 바다를 보러가자!' 하고 노르망디 쪽으로 계획을 급선회하였다.
원래 아침 8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그전날 친구 생일파티에서 너무 불사르며 논 탓에
출발이 늦어져도 너무 늦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J 학교 근처에 있는 은행에 잠시 들려야 했는데
마침 점심시간에 걸려 한시간을 차에서 기다려야 했다.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오고... 노르망디에 도착해 아담한 공원을 찾아 먹으려던 점심 도시락은
차 안에서 청승맞게 먹어야 했다.
어렵사리 도착한 우리의 첫 목적지, 리지외(Lisieux).
"예수님의 작은 꽃"이라 하여 "소화"라는 이름이 붙은 데레사 성녀가 자라고, 짧은 24세의 생을 마친 이 작은 마을은
소화데레사 성녀의 영성을 따라 전세계의 수많은 순례객들이 끊이지 않는 성지가 되었다.
나는 2011년에 짧게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평화로웠던 기억이 참 좋아서 늘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데레사 성녀의 바실리카 뿐만 아니라
수도생활을 했던 카르멜 수도원, 성녀의 생가 등등도 다시 방문하고 싶었지만,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성당도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20세기 초에 소화데레사 성녀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루르드 다음으로 큰 성지라고 한다.
내가 리지외를 다시 찾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작년에 성인품에 오르신 소화데레사 성녀의 부모, 루이스와 젤리 마르탱 부부 성인 때문이기도 했다.
(중앙 제대 위에 성인 부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9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며, 그중 4명은 일찍 잃었고, 소화데레사 성녀를 포함한 나머지 다섯은 모두 수도성소를 받았다.
가정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꽃피운 부부는
소화데레사 성녀를 있게 한 가장 비옥한 토양을 만들었다.
바실리카 지하의 크립트에는 마르탱 부부 성인의 유해 또한 안치되어 있었는데,
문이 닫히려는 찰나 잠시 들어가 기도를 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
바실리카에는 소화데레사 성녀의 유해가 모셔져 있고,
이 바실리카의 설립을 위해 기부한 여러 나라들을 위해 만들어진 각각의 제대마다
성녀의 말씀이 올려져 있어 한 문장씩 묵상하며 천천히 한바퀴 돌면 짧지한 훌륭한 순례코스가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늘 소화데레사 성녀의 책을 지니고 다니며 많은 영적 도움을 받는다고 하신 적이 있다.
맑고 순수한 성녀의 영혼에서 퍼져나온 깊은 울림은 세기를 지나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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