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찾은 여행객 중에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찾지 않은 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단지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 사람들은 묻지 않아도 많을테고.
2011년 월드유스데이 때 마드리드로 가는 길에 들렸던 바르셀로나.
반나절 정도 머물렀었는데
그 때 성당 한 바퀴를 빙 두른 줄을 기다려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많고 시간은 넉넉치 않고
그럼에도 너무나 강렬했던 경험.
꼭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었다.
셋이서 돌아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전날 저녁에 인터넷으로 아침 9시반 입장표를 미리 사 두었다.
9시쯤 호텔에서 천천히 나와, 가는 길에 빵과 커피로 간단한 아침 먹고
두근두근 하는 사이에 성당이 드디어 보인다.
표를 미리 샀지만 그래도 줄이 꽤 길겠지 생각했는데,
입구는 한산했고,
게다가 우리는 유모차가 있어 별도의 입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1800년대 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성당의 건축사도 볼 수 있고,
작업실도 투명 유리로 공개되어 있어서 (일하는 분들 불편하시지 않을까 내가 괜히 걱정...)
현재 최신 기술로 계속되고 있는 건축 상황도 엿볼 수 있다.
스페인 전쟁 중 가우디의 설계 도면, 스케치 등이 전소되었다는 마음 아픈 이야기도 있고.
조금 길긴 하지만 10분이 조금 넘는 소개 영상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성당 들어가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다시 밖으로 나와 드디어 성당으로 들어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는 세 개의 파사드(표면)가 있는데,
가우디 시대에 지어진,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예수님의 탄생을 담고 있는 nativity façade,
위에 사진은 예수님의 고통을 표현한 passion façade,
그리고 예수님의 영광을 알리는 glory façade가 있다.
엘리는 신기하게도 성당에 들어서자 여기서 아멘, 저기서 아멘 한다.
처음 보는 규모와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표정.
엄마 여기, 아빠 여기, 계속 손짓을 한다.
예전에 왔을 때 이 포도넝쿨이 감긴 십자고상이 인상 깊게 남았는데
이번에 가니 그 밑으로 높은 제대가 만들어지고
펜스가 둘러져 있어 한발치 뒤에서 보게 되어 있다.
예전에는 십자고상 밑 가까이까지 갔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테인레스 창으로 부서져 들어오는 색이 정말 아름답다.
성당 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켠에 설치된 유리에서 찍은 사진
가우디의 손길이 깊이 닿은 nativity façade는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다.
작은 조각 하나에까지도 예수님과 성가정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가우디는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 완성된 성당의 모습을 못 볼 것을 알고
원래 수평방향으로 공사가 진행되던 것을
수직방향으로 진행하도록 수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열 두 사도에게 헌정된 종탑을 먼저 올리기 시작했는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완성된 것은 넷 중 단 하나였다고.
누군가는 이렇게 오랜 시간, 수많은 이들의 노동, 막대한 자금이 동원된
성당 건축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탐탁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을 가진 편향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위대한 건축가이자 예술가였던 한 사람의 삶과
많은 이들의 기도와 도움이 통째로 부어져 만들어진 곳.
이곳에서 단순히 건축과 예술의 아름다움이든, 혹은 신앙이든,
기쁨과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성탄을 기념해 성당 외벽에 불빛쇼가 있다고 해서
다시 찾았던 밤.
15분간 음악과 조명,
그리고 성탄의 기쁨을 알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어 내레이션이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했다.
7년 동안 성당도, 나도 참 많이 바뀌었다.
실수가 많고 활기가 넘쳤던 그 때의 나도,
성가정을 꾸리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게 된 지금의 나도, 모두 아름답다.
훗날 성당이 다 지어졌을 때 쯤,
더 나은 사람으로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감사의 기도와 함께 청원했다.
'Journey III (April 2015~) > 1812. 바르셀로나 Barcelon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우디의 날 (0) | 2019.01.15 |
---|---|
바르셀로나 (먹거리) 쇼핑 (0) | 2019.01.14 |
그 외 바로셀로나 식당들 (0) | 2019.01.12 |
바르셀로나 타파스 식당 (0) | 2019.01.12 |
바르셀로나 츄로스 탐방 (0) | 2019.01.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