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짐으로 떠난 여행인데다가
따로 짐을 부칠 계획이 없었기에
집으로 가지고 돌아갈 쇼핑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유명한 것들은 대부분 파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필요할 때 파리에서 사자,는 생각이다.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는 바르셀로나 쇼핑 목록은
대부분 우리가 현지해서 먹어서 없애 버린 것들이다:)
1. 빵
내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 가면 꼭 빵을 먹어야 된다고 하면
파리에 살면서 그런 말을 하냐고 대부분 놀란다.
그런데 포르투갈, 스페인 빵은 프랑스 빵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일반화 하자면 프랑스 빵은 바게트, 크로아상, 빵오쇼콜라처럼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것이 대표적이고,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많은 보이는 푹신하면서 슈가파우더 때문에 약간 달달한 빵은
파리에서 거의 못 본 듯 하다.
바르셀로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65라는 카페 겸 빵집.
맨 밑줄에 5개에 1유로라고 되어 있는 길쭉한 스틱 모양의 빵.
한 봉지 사서 다니면서 먹어야지, 했는데
그 자리에 앉아 우유에 찍어 다 먹어버렸다.
앞의 빵과 비슷한데 원형으로 되어 있는 Ensaimada.
카탈란 지역에서 흔하게 먹는, 마요르카에서 온 빵이라고 한다.
아침에 어느 카페나 빵집을 가도 먹을 수 있다.
2. FC 바르셀로나 유니폼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덕분에
엘리는 여러 도시의 기념품 티셔츠가 넘쳐난다.
파타고니아, 워싱턴DC, 뉴욕, 밴쿠버, 빅토리아, 오키나와...
이제 여름 반팔은 따로 사지 않을 정도.
이번 바르셀로나에서도 기념이 될 옷을 하나 사주어야지 했는데,
FC 바르셀로나 공식 판매점에 우연히 들린 후로
이거다! 싶었다.
가게에서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사이즈가 없고,
사이즈가 있는 것들은 바르셀로나의 특색이 안 느껴지고.
그러다가 바닷가 쪽 산책길에 내려갔던 날
길에 각종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펼쳐 놓고 팔고 있는
흑인 청년을 운명처럼 만나게 된 것이다.
평소에 파리나 여행지에서 길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걸 누가 사지?', '다니는데 방해 되고 불편하다' 늘 그러던 우리가
거리의 장사꾼에게 말을 걸게 될 줄이야.
그런데 내가 작은 사이즈 있냐, 얼마냐 물어보는 동안
갑자기 주변 분위기가 다급해졌다.
경찰이 나타나자 각종 물건을 팔던 사람들이 다 보따리를 순식간에 싸서
도망가기 시작하는 것.
살까 말까 고민하던 나까지 덩달아 급해져서
얼른 앞서 가던 J를 불러 돈을 빼앗듯이 받아 얼른 계산을 했다.
나한테 20유로를 받은 흑인 청년은 자기 몸만한 배낭을 매고 서둘러 도망가 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도 어리둥절.
그 와중에 나는 15유로로 살 수 있었는데! 아쉬워하고
J는 15유로로 누가 먹고 사냐고 한 소리 하고.
뭔가 나쁜 일에 동조한 것 같아 두근거리기도 하고.
어쨌거나 그렇게 탄생한 엘리 메시.
우리가 '메시', '메시' 하고 부르자
금방 자기가 메시라고 한다.
저녁에 밥을 안 먹으려고 해서 '메시는 이런 것도 잘 먹어' 하니
입을 쫙쫙 벌리더라는.
파리에 돌아와 겨울 날씨에 계속 이걸 입고 학교를 가겠다고 해서
좀 골치가 아프기는 하지만,
J 말로는 가장 잘 쓴 20유로라고.
3. 이베리코 벨로타 햄, 치즈, 올리브
우리는 여행 중에 하루는 햇반에 라면을 먹는 전통(?)이 있는데,
이 만찬에 곁들일 음식을 사러 산타 카테리나 (Santa Caterina) 시장을 찾았다.
보케리아 시장보다 여행객은 적고 현지인들은 많아 보였다.
가게들이 많아 뭘 어디에서 사야할지 모르겠는데,
Carles라는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이 한국말로 말을 건다.
보통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는 여행객들 위주인 것 같아
잘 안가게 되는데, 이 날은 선한 아저씨 인상에 발걸음이 멈춰지더라.
'도토리 먹은 돼지', '앞다리', '뒷다리' 하며
이베리코 벨로타 햄을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마침 거기서 장을 보시던 바르셀로나와 미국에서 생활하신다는 한국분이
본인은 항상 여기서 햄을
산다고 하셔서
고민 안하고 여기서 사기로 결정.
여기는 올리브와 문어를 산 Rosa Marina라는 가게.
할머니들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얼마나 친절하신지.
우리가 산 벨로타 이베리코 하몽이다.
이베리코는 돼지종, 벨로타는 도토리를 먹고 자란 것을 뜻한다.
그리고 하몽(jamon)은 뒷다리, 팔레타(paleta)는 앞다리인데,
두 가지 다 시식해 보니 확실히 하몽이 더 고소하고 맛이 풍부하다.
하몽 위에 보이는 건 로즈마리 만체고 치즈.
Rosa Marina에서 산 문어.
더 매운 맛을 기대했지만 청양고추 맛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게
이정도 매운 맛은 의미가 없을뿐.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문어 아닌가. 쫄깃쫄깃 최고.
세가지 종류 올리브.
이렇게 한 봉지 해서 1유로 얼마였다.
이렇게 해서 맛있는 저녁을 한상 차렸다.
제인은 햇반에 아기용 후리가케 뿌려서 주먹밥.
우리는 이렇게 밥에 벨로타 하몽 얹어 먹는호사를 누렸다.
4. 각종 열대 과일
내가 새로운 곳에 가면 관심 있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못 먹어본 과일이다.
스페인에서도 역시 처음 보는 과일이 많았는데,
의외로 대부분 현지가 아닌 콜롬비아에서 온 것들이었다.
체리모야 (cherimoya)
파인애플, 바나나, 코코넛 등이 섞인 맛이 난다.
찾아보니 반 갈라서 손으로 파먹는게 제일 고생을 덜하는 방법이라고.
씨가 많아서 입에서 골라내는게 귀찮지만
과육이 부드럽고 맛이 새롭다.
마라쿠야 (maracuya)
passion fruit 맛이다. 새콤달콤.
타마리요 (tamarillo),
한 입 넣었다가 J랑 동시에 뱉었다.
생으로 먹는게 아닌 건지, 우리가 먹은게 특별히 맛이 없었던 건지.
속은 예쁜 자두 같은데, 맛은... 아주 이상했다.
그라나디야 (granadilla)
과육이 거의 없고 씨가 톡톡 터진다.
마라쿠야처럼 passion fruit과 비슷한 맛.
5. Nice Things 아울렛
(따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우리 동네에 가게가 있어 종종 들려 구경을 했는데
특이하지 않으면서 약간의 특이점들이 있는 옷들이 많아 좋아했다.
마침 호텔 바로 근처에 아울렛이 있어 신이 나서 들렸는데
스페인 브랜드인 건 몰랐었다.
원 가격도 프랑스보다 싼데, 게다가 아울렛이니 가격이 정말 괜찮다.
mini 라인도 있는데 4세부터 옷이 나온다.
정말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동경하는 터라 참고 참아
특이한 패턴의 셔츠 하나와 짧은 점프수트를 샀다 (?)
정말 잘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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