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던,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린 언니,
강.하.나.
그녀를 처음 알게된 건 약 8년 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을 통해서였다.
강하나님 본인 등판으로 아마도 지금은 거의 퇴출된 듯한
그 불법 유투브 영상을 따라할 때마다 곡소리가 났다.
그런데 하고 나면 다리가 개운해서 그 다음날 다시 돌아가게 되는 마성의 영상이었다.
시간은 흘러 환경이 바뀌고 개인 상황도 바뀌는 동안
운동 자체를 거의 하지 못했고, 강하나님도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연초에 고마운 유투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강하나님이 직접 채널을 연 것을 알게 되었고,
3월, 프랑스에 봉쇄령이 시작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홈트를 시작했다.
시작은 소소했다.
봉쇄령으로 집에만 있자니 몸이 찌뿌둥해서 스트레칭 좀 하고 싶은데,
스트레칭 하니 떠오르는 이름 강.하.나.
처음엔 예전에 했던 하체 스트레칭만 생각했는데,
그녀의 <강하나 스트레칭 2008> 채널에 가니 30분짜리 전신 스트레칭이 있어,
이걸 해보자 싶었다.
첫 날은 어떻게 30분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약간 반 정신이 나간채로
동작 따라하랴, 호흡하랴, 중심 잡으랴,...
특히 다리 벌리고 서서 팔을 반대 방향으로 쭉 뻗으며 양쪽으로 상체 기울이는 동작은
오랑우탄이 춤추는 듯 했고 (심지어 한 번 넘어짐),
앉아서 무릎 펴고 다리 들어올리는 건 뭐 그냥 낑낑 대다가 끝났다.
내거인듯 내거아닌 내거같은 내 다리랄까.
그렇게 시작해 이 '강하나 전신 다이어트 스트레칭 2008' 영상을 약 3주간
하루 빼고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했다.
가끔 시간 여유가 있으면 '하체 스트레칭 2008'도 추가.
레전드 2008년 영상을 2018년에 다시 찍은 것인데 (옷도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그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2018년 그녀는 2008년보다 오히려 더 탄탄하고 생기있어 보인다.
일단 몸무게가 줄었다거나, 몸의 선이 달라졌다거나 하는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못 느꼈다.
하지만 몇 가지 내적인 변화가 있었으니...
첫째, 30분 스트레칭 하고 나면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다.
처음과 달리 힘이 남고, 그 힘으로 몸을 더 풀고 싶어졌다.
둘째, 근육을 만들고 싶어졌다.
동작을 잘 따라하려면 근력이 필수라는 걸 깨달았다. 더 버티고 동작횟수도 늘리고 싶다.
셋째, 전반적인 기분이 밝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하고 사과 한 알 깎아 먹고 계란후라이 하나 딱 해서 고소한 빵이랑 먹으면
뭔가 내가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체력이 나아지면서 공부, 집안일, 육아를 할 때 덜 지치고,
봉쇄령 동안 24시간 아기들과 붙어 있으면서도 인내심이 유지됐다.
분명 정신은 몸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 때 쯤, 본격적으로 강하나님이 현재 운영 중인 <강하나 스트레칭> 채널에
재미가 붙어 중독되기 시작했다.
두, 세달 차에는 보통 초보자 혹은 중급자 요일별 운동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내 몸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내 얼굴 위에 앉아 방구를 뀌기도 하고,
영상을 틀어 놓은 아이패드를 만지고 넘어 뜨리고 가지고 가버리기까지 했지만,
늘어나는 체력과 재미가 시너지효과를 내어 어떤 날은 한 시간 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4-5개씩 클리어 하기도.
요즘은 그 날 그 날 눈에 띄는 영상을 상,하체 다양하게 섞어 하고 있다.
그 중 내가 좋아하고 자주 하는 영상은,
전신 스트레칭 1탄 (2008년 영상에서 서서 하는 동작만 따로 다시 찍은 것, 하나언니의 설명력 최고!),
지방형 하체 (누워서 하는 영상이라 게으른 날, 자기 전에 좋다),
니킥 300개, 하늘자전거 500개 (혼자서는 지루한데 같이 하니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전신 버닝 스트레칭, 빠질 수 없는 하체 스트레칭 (2008, 2018, 2019 버전 번갈아가며) 등이다.
*최근에 기분 좋았던 건, 3월에 '다이어트 끝장 스트레칭'이라는 30분 짜리 영상을 처음 시도했을 때
거의 초반에 너무 어려워 포기했었는데, 몇 달 만에 완벽하지 않지만 끝까지 할 수 있었다!
하나언니와 홈트한 지 약 6개월. 여전히 몸무게가 엄청 빠졌다거나 군살이 사라졌다거나 하는 건 없다.
홈트 시작할 때보다 약 1.5키로 정도 빠진 상태로 유지 중이고,
임신 전 입던 바지들은 다 들어가지만 아직 예전보다 타이트 하다.
늘 균형있고 쫙 펴진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고,
이런 자세가 서서히 몸에 배어서 내 몸이 되어 가리라 생각한다.
과식과 과도한 당류, 탄수화물은 피하려고 하지만 큰 변화 없이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있고,
물은 의식적으로 하루 2리터 이상 마시려고 하는데 못 하는 날도 많다.
현재 상태에서 목표이자 희망은 무엇보다 계속 꾸준히 운동하는 것,
부수적으로 더 길고 더 단단한 근육 만들고, 체력을 기르는 것.
언젠가 한 번 일탈을 해 다른 유투버의 레전드라는 상하체 스트레칭을 해 보았는데,
특히 하체 부분은 강하나님의 2008 하체 스트레칭에서 순서만 바꾼 것이었다.
나는 하나언니 영상의 동작 플로우가 훨씬 자연스럽고,
적재적소에서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설명 없이는 자세가 자꾸 흐트러져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강하나 스트레칭에 정착했다.
할 말이 너무나 많지만, 이쯤에서 정리를 하자면,
#강하나 스트레칭의 장점
1. 발성과 발음이 좋아 듣기 편하고, 설명에 군더더기가 없으면서 구체적이다.
2. 병주고 약주고 스타일로 낑낑 대는 근력운동과 편안하게 이완하는 스트레칭 동작이 번갈아 나와서 '이거 해볼만 한데?' 라는 느낌을 준다.
3. 상황별, 부위별 영상이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나만의 팁
1. 그냥 한다.
- 귀찮은 마음이 들기 전에 일단 옷 갈아입고 영상부터 튼다.
2. 엉덩이(괄약근)와 배에 힘 뽝 준다.
- 어떤 동작이든 일단 몸의 중심을 딱 잡아야 흔들리지 않고 할 수가 있는데,
이건 엉덩이와 복근에서 온다!
3. 스트레칭을 하는 시작점과 끝점이 멀어지는 느낌에 집중한다.
- 하나 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
'머리 위로 키 커지는 느낌', '손끝 머얼~리', '발끝으로 저~어기 티비를 끄고 오세요',
몸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늘리고 점점 더 서로 멀어지게 계속 움직인다.
4. 어려운 동작에 무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는 대신 타협한다.
- 나는 아직도 전신 스트레칭 앞부분에 가슴을 무릎에 붙인채로 엉덩이를 내렸다 들어올리는 동작을 3회 이상 하지 못한다. 심지어 2008년 영상에서는 이 동작을 4회 하는데, 업데이트 된 영상은 8회를 해야 하니 도저히 안되겠어서, 이 부분에서는 내 마음대로 와이드 스쿼트를 한다.
5. 좌,우 순서를 바꿔 가며 따라한다.
- 예를 들어 하체 스트레칭을 할 때, 오늘 왼쪽부터 했으면, 내일은 오른쪽부터 한다. 아무래도 처음에 설명이 길고 반대쪽 반복동작에서는 더 빨리 지나갈 때가 있으니,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다.
6.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점점 더 건강하고 단단해질 몸을 상상한다.
*여담으로, 언젠가 강하나님의 인스타에 댓글을 남겼는데, 거기에 답장이!
모르는 사람에게 글 남기는 건 생전 안 해 본 일이었는데,
나의 팬심이 이런 일도 만들어 주었다.
엄마가 되고 몸이 변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강하나님을 보며 의욕을 되살려본다.
'파리 생활 La vie à Paris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에서 밤 줍기, 밤 껍질 잘 까지는 압력솥/에어프라이어 팁 (0) | 2021.10.28 |
---|---|
르 브리스톨 (Le Bristol) 호텔 스파 + 티타임 (0) | 2021.10.05 |
파리의 석회질 수돗물에서 피부를 지키는 클렌징 팁 (천연오일+워터클렌저/토너) (0) | 2020.08.23 |
11/13 파리 테러 현장에서 (1) | 2015.11.19 |
오페라 바스티유 - <돈 지오바니> 관람 (0) | 2015.10.09 |
댓글